15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대피소에서 시민들이 휴대폰 불빛에 비춰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100여발의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미사일 공격이었다.
15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늦은 오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로 인해 수도 키이우의 절반 이상의 가구가 정전됐고, 이 도시의 한 주거용 건물에서 1명이 사망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에너지 기반시설에 또다시 계획적 공격을 가했다”면서 “최소 12개 지역에서 15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고, 700만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폴란드와 가까운 서부 국경도시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 등 전국 각지에 정전을 일으켰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는 최소 절반 이상 지역의 전기가 끊어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사한 미사일이 약 100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10일 미사일 84발을 발사한 것을 넘는 규모다.
헤르만 할루센코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공습이 발전 시스템과 전송 시스템을 모두 타격했다며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한 최대 규모의 에너지 부분에 대한 폭격이라고 말했다. 할루센코 장관은 “러시아가 겨울 전 우리 에너지 시설에 최대한 피해를 입히려 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또다른 복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수복한 이후 러시아가 복수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상점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번 공습은 이웃 국가 몰도바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안드레이 스피누 몰도바 인프라부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우리나라에게도 직접 영향을 준다. 우크라이나에서 연결되는 전력선 일부가 차단되면서 전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을 겨냥하기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로부터 전력량의 30%를 공급받는 몰도바는 전력난이 계속되고 있다고 <에이피>는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의 공습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 주요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연설에 대해 새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했다”면서 “헤르손을 잃느니 전력을 잃는 게 낫다”며 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연설에서 지난 11일 헤르손시를 되찾은 것을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일인 ‘디데이’에 비유하며 전쟁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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