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가운데)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오른쪽) 등이 15일(현지시각) 회원국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폭형’ 공격에 동원하고 있는 드론의 추가 확보를 차단하고 러시아 광업 등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9차 러시아 제재안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우크라이나에 180억유로(약 25조3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9차 제재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드론을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 드론 엔진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하고 있는 이란 등에 대한 드론 엔진 공급을 금지하는 조처도 제재안에 포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란이 제공한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벌여왔으며,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이와 함께 러시아지역개발은행 등 3개 은행과 4개 언론 매체, 군사 목적에 쓰이는 화학 제품과 전자 제품, 전자 부품에 대한 수출 금지도 제재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러시아 인사 약 200명도 새로 제재 대상자에 포함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앞서 러시아 연방정부 장관들, 의원들, 지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제안한 바 있다. 9차 제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원국들의 최종 확인을 거쳐 16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내년 우크라이나에 18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이뤄진 연설에서 “앞으로 6개월 동안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방공 시스템과 에너지 장비 등을 포함한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유럽연합 정상들은 집행위원회에 미국의 녹색 에너지 관련 지원금 확대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유럽 산업계를 보호할 방안을 내년 1월말까지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정상들은 유럽 경제를 친환경, 디지털화하기 위한 야심찬 산업 정책이 필요하며 핵심 산업 분야의 역외 의존도를 낮추는 조처도 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를 위해 정상들은 행정 절차를 합리화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앞서 지난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공정한 경쟁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금 관련 규정을 완화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했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또 지난해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전세계 136개국이 합의한 법인세 최소 세율 설정에도 합의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전세계 나라들이 법인세율을 적어도 15% 이상으로 설정하는 내용의 이 합의에 대해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그동안 승인을 거부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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