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무기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받은 가운데, 러시아는 이에 강력 반발하며 병력 규모 확대안 등 전투력 증강 계획을 쏟아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 확대는 전쟁 악화로 이어지고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 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평화협상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태도는 방미 이후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음 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러시아의 첫 반응이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 장성들이 대규모 모인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를 열어 핵 전력을 강화하는 등 내년 이후 전투 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핵 전력은 러시아 주권 보장의 핵심 요소”라며 “러시아는 핵 전력의 전투태세를 지속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와 최첨단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 등을 곧 실전에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마르트는 노후화된 소련제 탄도미사일을 대체하게 될 러시아 핵 전력의 핵심을 형성하는 첨단 무기다. 또 낮은 궤도로 빠르게 날아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인 지르콘은 다음달 이를 장착한 군함이 처음 취역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전투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내년 군을 더욱 현대화할 것”이라며 “최첨단 드론 등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한 무기를 더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투력 증강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며 “전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군에 주겠다. 정부가 장비 측면에서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해 재정적인 제한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군 장성 다수가 모인 21일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 타스 연합뉴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는 명칭)을 계속할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임무 수행을 위해 15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약 10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의 병력은 200만명, 미군은 약 140만명이라며 다수의 새 부대를 창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8월 군 병력 규모를 기존 101만명에서 내년 1월부터 115만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에 이은 추가 확대 계획이다. 쇼이구 장관은 나아가 현재 18~27살인 러시아군 의무 복무 연령 기준을 21~30살로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복무 연령대를 높일 경우 징집 대상자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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