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 가운데서도 2022년 독일의 취업자 수가 1990년 통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 베를린의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장터를 둘러보고 있다. 베를린/dpa 연합뉴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취업자 수가 1990년 통일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경제 침체 우려 속에서도 고용 상황이 강세를 보였다.
독일 연방 통계청은 2일(현지시각) 지난해 독일의 연평균 취업자가 한해 전보다 58만9천명(1.3%) 늘어난 4560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0년 서독과 동독이 통일한 이후 최대치다. 기존 최대는 2019년의 4530만명이었다. 통계청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14년 동안 이어지던 취업자 증가세가 감소세(한해 전보다 0.8% 감소)로 돌아섰고, 2021년에도 취업자가 6만5천명 증가에 그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었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일자리의 93%는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했으며, 세부 업종별로는 공공 부문과 교육, 보건의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반면, 건설을 제외한 산업계의 고용 증가율은 0.4%에 그쳤고 농업·임업·어업 종사자 수는 한해 전보다 0.5% 줄었다.
실업률 또한 통일 이후 최저인 2.8%로 한해 전보다 0.5%포인트 줄었고, 연 평균 실업자는 한해 전보다 13.6% 감소한 130만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을 포함한 유로 통화권(유로존) 경제의 3분기 성장세가 약했고 4분기 이후 경제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고용 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분기 독일 기업의 40%가 인력 부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전체로는 기업의 30% 정도가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네덜란드계 투자은행 ‘아이엔지’(ING)의 수석 경제학자 베르트 콜레인은 유럽 기업들이 경기 하락세가 그친 이후를 고려해 고용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침체 국면에도 유로존 노동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커졌다. 민간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월2일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로 0.5%포인트 올린 이후 9월(0.75%포인트), 11월(0.75%포인트), 12월(0.5%포인트)에도 잇따라 금리를 올렸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0.6%(연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1월에도 10.1%를 보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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