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 세계를 강타한 물가상승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으며 추가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중기 목표인 2%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나라에서 10월에 10.6%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곧 내려갈지 알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식품이든, 공산품이든, 에너지이든 (물가상승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볼 때) 우리는 물가상승이 최고치에 도달했고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고 믿을만한 요소나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방역 조처 완화 등으로 인해 에너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며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달인 10월 1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아직 전 세계적 물가상승 현상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를 얼마나 더 빠르게 추가로 올릴지는 최신 경제 전망과 충격의 지속성, 임금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 정책 평가 등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치였던 7.8%를 밑돌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같은 기간 6.3%로 전달인 9월보다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11월 10.4%로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천연가스 가격은 9월 정점을 찍은 뒤 40% 정도 떨어진 상태인데,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이후 8년 동안 유지하던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후 9월, 10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현재 유로존 기준금리는 2.00%다. 유럽중앙은행 다음 기준금리 결정일은 다음달 15일이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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