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시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깔린 15살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진이 휩쓸고 간 튀르키예 카하르만마라시의 폐허 속에 한 남성이 우두커니 앉아있다. 추위에 오른손은 주머니 속에 있고, 왼손은 무언가를 잡고 있다. 건물 잔해 밖으로 삐죽이 나온 딸의 손이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7일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한 이 한 장의 사진은 지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전했다. 사진을 찍은 <아에프페>의 아뎀 알탄(41) 기자는 사진 촬영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내 눈은 눈물로 가득 찼고, 사진을 찍으면서 울지 않으려고 힘든 순간을 겪었다”고 회고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알탄 기자는 지진 발생 다음날인 7일 카흐라만마라시에 도착해 취재를 하다가 무너진 아파트 건물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가족을 구하려고 폐허 더미를 파헤치고 있는데, 오렌지색 점퍼를 입은 남성이 폐허 더미에서 조용히 앉아 있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보니, 그는 한 손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메수트 한제르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침대 위에서 잠을 자다가 무너져내린 건물에 깔려버린 15살 딸 이르마크의 손을 잡고 있었다.
지난 7일 지진으로 폐허가 된 터키 카흐라만마라시의 아파트 폐허에 깔려 있는 딸의 손을 잡고 앉아 있는 메수트 한제르. AFP 연합뉴스
알탄은 “그가 ‘내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세요’라고 외치고는,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놓고는 나에게 딸을 보여줬다. 나는 폐허 밑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보았다”고 회고했다. 알탄은 “사진을 찍은 뒤 누군가 와서 소녀를 구조할 것을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탄은 다음날 현장을 다시 찾았다. 남성은 없었고, 건물 잔해에 묻힌 딸도 사라졌다. 알탄은 자신의 사진이 지진의 끔찍한 참상을 전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지진 참상을 대표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
알탄은 “튀르키예와 전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지진의 고통을 보여주는 아주 강력한 사진’, ’우리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사진’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알탄은 “이 사진을 내가 전에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며 “수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내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