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무차별적인 폭격을 벌인 13일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 전선에서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1년에 즈음해 새로운 대공세를 이미 시작했다고 평가한 가운데 실제 동부 돈바스에서 무지막지한 집중 폭격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남부 전선의 헤르손주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서도 러시아군이 공격을 강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군이 새로운 대공세를 시작했다며 “그들이 더 많은 군대, 더 많은 무기,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공세에 착수했다”며 “지금 그가 하는 행위는 막대한 손실률을 무릅쓰고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인들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보급 경쟁에 돌입했음이 분명하다.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전에 탄약, 연료, 부품 등 핵심 군사 역량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소식통들은 <로이터> 통신에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무기 생산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무기를 소비하면서 비축 무기가 고갈되고 있다면서 나토가 무기 비축 목표를 상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러시아군은 격전이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의 북서부 지역인 바흐무트 주변에서 무지막지한 폭격을 벌이는 한편 남부 전선에서도 전투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보보다 대대’의 볼로디미르 나자렌코 부지휘관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북부 바흐무트시와 이 도시 외곽에 맹렬한 폭격을 가하고 있다며 “특히 바흐무트와 (인근 도시) 코스탼티니우카는 광적이고 무차별적인 폭격을 당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바흐무트 북쪽 외곽의 파라스코비이우카 상황도 아주 어렵다며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집중적인 폭격과 함께 기습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우리 병사들이 바흐무트를 포위하려는 점령군을 저지하고 핵심 요충지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 전체와 도네츠크주 남부를 점령한 가운데 도네츠크주 북부의 교두보인 바흐무트 점령을 위해 한달 이상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지난 24시간 동안 주도인 헤르손시 등 20개 이상의 지역에 폭격을 가하면서 다시 공세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드니프로강 서안에 있는 헤르손시 등 헤르손주 북부에서 철수했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주 동쪽 인근 지역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 대한 공격도 차츰 강화하는 중이다. 러시아군이 이날 이 주에 속하는 주요 도시인 니코폴시의 주거 지역, 수도 시설, 대학 건물을 공격해 한명의 사망자와 두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공격에 집중하면서도 남부 지역에서 방어 진지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돈바스 등 주요 교전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 체첸공화국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1년 안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남부 흑해 연안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 등을 점령할 수 있다며 협상을 배제한 공격을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할 병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북부의 하르키우와 남부의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말까지는 우리의 임무를 100%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협상 자리에 앉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에서 특히 호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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