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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 구조대에 긴급 SOS…밤 10시, 불빛 없어도 달려갔다

등록 2023-02-15 11:57수정 2023-02-16 02:03

[르포]
“마지막 한번 더 찾아줄 수 있나요”
왼쪽 가슴에 손 얹고 전하는 간절함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수색 또 수색
한국해외긴급구호대원들이 지난 13일 밤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크야 지진 수습 현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연락을 받고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안타크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해외긴급구호대원들이 지난 13일 밤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크야 지진 수습 현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연락을 받고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안타크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앞을 보기란 쉽지 않다. 대지진 직후 가족들의 생환을 기다리며 주민들이 피우던 모닥불의 매캐한 연기는 줄었지만,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건물이 허물어지며 피어나는 부연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연기와 흙먼지가 ‘배턴터치’를 하는 현장에 한국 해외 긴급구호대(KDRT)가 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철거 작업을 하니까 건물 모양이 바뀌어요. 분명히 왔던 지역인데 여기가 맞나 싶고…”

14일(현지시각) 오전 9시50분. 소방대원과 특전사, 영사관 직원 등 10여명을 이끌고 수색 작업을 진행하던 현장 관계자가 말했다. 오전 8시40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약 1시간, 이미 세 곳에서 산 자의 온기를 찾는 데 실패한 다음이었다.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에서 건물 잔해 사이에 주저 앉은 한 남성이 얼굴을 감싼 채 괴로워하고 있다 .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에서 건물 잔해 사이에 주저 앉은 한 남성이 얼굴을 감싼 채 괴로워하고 있다 .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지진 발생 9일째인 이날 수색은 관계자의 말대로 단조롭게 진행됐다. 지진 발생 직후 빠르게 파견된 한국 구호대는 안타키아에서 현재까지 모두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은 희미해졌고, 한국 구호대를 찾는 수색 요청도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또 다른 현장 대원도 “가족을 포기 못 하고 길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0~40건 나가면 1건 겨우 구조하지만…

이날 오전에도 한국 구호대는 수차례 현지 주민들의 수색 요청을 받았다. 9시30분 한 주민이 구호대에 다가와 “건물에 사람이 네 명 있었다”며 도움을 청했다. 한때 3층이었을 건물은 지진으로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탐색반에 이어 수색견 투입도 이뤄졌지만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아래쪽도 봐달라”는 주민의 요청에 구호대는 “무리해 찾으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남성은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한국 구호대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한국 구호대가 수색을 마친 뒤 30분, 굴삭기가 굉음을 내며 건물을 허물었다.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지진이 일어난지 약 200여시간이 흘렀다. 세계 각국에서 달려와 준 구호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아직 건물 잔해 아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의 부스러기를 찾기 위해 폐허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지진이 일어난지 약 200여시간이 흘렀다. 세계 각국에서 달려와 준 구호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아직 건물 잔해 아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더 많다.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의 부스러기를 찾기 위해 폐허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장 관계자는 “요청을 하는 분들은 가족이고, 그들은 자기 가족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 보면 대부분이 망자다. 30~40건 나가면 한 건 겨우 구조하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대충 할 수는 없다. 최대한 탐색을 잘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구호대의 ‘마지막 수색’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품는 마지막 가능성인 동시에 비극을 받아들이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생존자 수색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지만, 한국 구호대는 여전히 밤낮없이 일한다.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고요와 추위가 찾아온 13일 밤 10시15분, 튀르키예 치안군 차량이 한국 구호대가 머무는 곳으로 들어갔다. 긴급 수색 요청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캄캄한 밤을 내달린 대원들은 11시가 넘은 시각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역시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한국 구호대는 발소리는 물론 숨소리 하나까지 조심하며 먼 곳에서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 수색견 티나가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 해외긴급구호대 수색견 티나가 14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안타키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편 이번에 파견된 한국 구호대는 수색견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네 마리의 수색견 가운데 ‘토백이’의 부상 소식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4일 <한겨레>가 동행한 구조 현장엔 네 마리 가운데 유일하게 다치지 않은 여섯 살 ‘티나’가 임무 수행에 나섰다. 티나와 함께 하는 김선호 소방장은 “티나는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다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생존자는 아니지만 희생자 시신을 발견하는 데 티나가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안타키아/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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