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시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깔린 15살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숨진 딸의 손을 붙잡은 사진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던 아버지가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딸을 잃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은 대지진으로 딸을 잃은 메수트 한제르의 목소리를 전했다. 통신은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7일,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시에서 건물 잔해 속으로 삐져나온 딸의 손을 잡고 있는 한제르의 사진을 보도한 바 있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한제르의 사진은 튀르키예를 덮친 비극을 상징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해당 사진에서 주황색 외투를 입은 한제르는 매트리스 등 건물 잔해 사이로 보이는 15살 딸 이르마크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당시 <아에프페>는 한제르가 이미 숨진 딸의 손을 잡고 한파 속에서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와 다시 만난 한제르는 집과 가족을 잃은 카흐라만마라시에서 수도 앙카라로 이사했다고 한다. 딸뿐 아니라 그의 어머니, 형제, 조카들도 지진으로 숨졌다. 한제르는 “하지만 어떤 것도 아이를 묻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다”고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지진이 발생하던 새벽 4시17분, 제빵사인 한제르는 일을 하던 중이었다. 집으로 연락한 그는 아내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은 확인했지만, 이스탄불·하타이에서 놀러 온 사촌들과 함께 할머니(한제르의 어머니)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던 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급히 어머니의 집으로 달려간 한제르는 8층짜리 아파트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만 발견할 수 있었다.
<아에프페>는 “일상의 잔해 속에 그의 딸이 있었다”며 “만 하루가 지나도록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한제르와 주민들은 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옮기며 사랑하는 이들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딸의 주검을 수습하지 못한 아버지는 손을 붙잡은 채로 딸의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고 뺨에 키스했다고 회상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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