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국기를 들고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선언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강하게 임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23일(현지시각) 밤 늦게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러시아 정치 전략가 콘스탄틴 돌고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지배계층이 전쟁에 안일하게 대응하면 내부 분열로 혁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그는 “엘리트층의 자녀들이 해 아래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일반 러시아인들은 계속 자녀들을 함석으로 만든 관에 넣게 된다면, 이런 불균형은 1917년처럼 결국 혁명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군인들이 들고 일어나고, 이어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은 서양이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중국이 평화협상을 중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으나 자신은 이를 믿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바그너그룹 통제에 들어간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포위하는 한편 크림반도를 공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런 시나리오는 러시아에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몹시 힘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만큼, 계엄령을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에 자신의 용병들을 선봉대로 투입해 최근 이 도시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부가 탄약 지원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었으며, 전사자 규모는 지금까지 1만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그너그룹이 전쟁 중 모집한 용병 5만명의 20%에 해당하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규군도 10개월 가량 이어진 바흐무트 전투에서 1만명 정도의 병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흐무트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은 5만명 정도이고 부상당한 병사들도 5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가 밝힌 러시아쪽 전사자 규모는 정부 쪽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며 미국의 추정치에 근접한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 말부터 지난 1월까지 자국 군인 6천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전사한 군인만 2만명에 달하고 전체 전사자는 10만명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고진은 이날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군부 수뇌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푸틴 대통령에 봉사하고 있으며, 쇼이구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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