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 도시 낭테르에서 28일(현지시각) 밤 경찰이 교통 단속 중 10대 청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데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낭테르/AFP 연합뉴스
프랑스 경찰이 검문 과정에서 북아프리카계 10대 청년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데 대한 항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는 등 파문이 날로 커지고 있다.
프랑스 수도 파리 인근 도시 낭테르에서 28일(현지시각) 밤 내내 경찰의 폭력적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의 쓰레기통과 차량 등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불붙은 물건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항의 시위는 파리 인근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벌어졌다. 파리 남쪽 도시 에손에서는 시위대가 버스에서 승객들을 내리게 한 뒤 불을 질렀다고 경찰이 밝혔다. 북부 릴, 동부 디종, 남부 툴루즈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지는 등 항의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시위는 27일 낭테르의 경찰관 2명이 북아프리카계 청년 나엘(17)이 몰던 차를 교통 위반 혐의로 세운 뒤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차량을 검문하던 경찰 중 한명이 나엘에게 총을 겨누면서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나엘이 갑자기 차를 출발시키자 이 경관이 총을 쐈다. 조금 뒤 차가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멈췄고, 나엘은 곧 숨졌다.
경찰은 애초 나엘이 경찰관들을 향해 차를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밝혔으나, 영상이 공개된 이후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총을 발사한 경찰관을 체포해 과실 치사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나엘의 가족들은 경찰관들을 살인, 살인 공모, 거짓 진술 혐의로 고발했다. 청년의 어머니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29일 항의 행진을 촉구하며 “모두 나오라. 우리 아들을 위한 반란을 우리가 이끌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총격 사망 사건은 올해 들어 교통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세 번째 총격 사망 사건이라고 경찰이 밝혔다. <로이터>는 2017년 이후 발생한 유사 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흑인 또는 아랍계 주민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인권 옴부즈맨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이후 6번째 총격 사망 사건 조사에 해당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남부 마르세유 방문 중 기자들에게 “설명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사법 당국이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번 행동은 “명백히 경찰의 개입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킬리안 음바페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나의 프랑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나엘을 애도했다. 드라마 <뤼팽>의 주연 배우 오마르 시는 나엘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정의가 그 이름에 걸맞게 이 아이의 기억을 기리기 바란다”고 썼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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