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6일(현지시각)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국제 회의에서 무사드 빈 모함메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이자 국무장관(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제다/SPA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6일(현지시각) 끝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국제회의 참가국들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1월 제시한 10개 항의 평화 협상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강력한 우방국인 중국은 서방 주도 논의와 거리를 두던 기존 태도와 달리, 앞으로의 논의에도 계속 참여할 뜻을 밝혔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 등 모두 4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5~6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 협상안이 집중 논의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내어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등 아주 성실하고 열린 대화를 나눴다”며 “모든 참가국들은 유엔 헌장, 국제법,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의 불가분성 존중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고르 조우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중국도 이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향후 논의에도 계속 참가할 뜻을 밝혔으며 이는 우크라이나로서는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유럽연합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번 회의와 같은 급의 3차 회의 개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대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리후이 중국 정부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는 회의에 앞서 “여러 의견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원칙이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온 서방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중재 시도를 벌여왔다. 중국은 지난 6월25일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덴마크에서 열렸던 1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었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 협상안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가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 복원, 러시아 군의 완전 철수,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등을 담은 평화 협상안을 제시했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계자는 자국의 평화 협상안이 지난 1차 덴마크 회의 때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올가을에 전쟁 종식의 원칙을 논의할 전세계적인 정상회의 개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대해 제3세계의 우크라이나 지지를 끌어내려는 서방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번 회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들)가 지지하게 만들려는 “서방의 헛되고 불운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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