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결국 23일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24일 새벽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프리고진에 대하여’란 글을 올리고 “쿠데타 시도 두 달 만에 프리고진을 시범적으로 제거한 것은 2024년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푸틴이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보내는 ‘조심하라, 불충실은 죽음과 같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군사작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웅’은 없다고 러시아 군대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이날 비행기 사고가 사실상 준비된 사건이라고 평했다. 그는 “프리고진은 2023년 6월에 푸틴을 무력화시킨 바로 그 인물”이라며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오라는) 루카셴코의 ‘기이한’ 보장과 (처벌하지 않겠다는) 푸틴의 ‘명예로운’ 말을 믿는 순간, 자신을 위한 특별 사형 영장에 서명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3일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숨지자, 이튿날인 24일 새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PMC 바그너그룹 센터’ 앞에 사람들이 추모의 헌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대통령궁은 6월 바그너 그룹 반란 사태 당시 “바그너 부대원은 처벌하지 않을 것이고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갈 것”이라며 사태를 수습했다.
미국도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가 아닌 일은 많지 않다”며 “하지만 정답을 말하기에 난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 고위 관료들은 지난 6월 반란 이후 프리고진의 신변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만약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나는 먹은 것을 조심할 것이다. 내 메뉴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프리고진이 사망한 이날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에선 공습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 국경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3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 벨고로드 주지사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뱌체슬라프 글래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 지역에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의 포격과 드론 공격이 계속돼 벨고로드 국경 지역 마을 10개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라바 마을의 요양소 근처에 폭탄 네 개를 떨어뜨려 두 명이 사망했고, 한 명은 다친 후 끝내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아침 벨고로드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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