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참모들과 회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을에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실현되면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푸틴 대통령의 실질적 첫 외국 방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오는 10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고, 푸틴 대통령이 응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올해 3월 시 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 지은 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중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3주 앞두고 중국 베이징 겨울 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다.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신변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만을 방문하길 원하며, 중국은 그런 곳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크렘린은 이날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 간에 양자 간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으며, 좀 더 구체적인 일정과 자세한 내용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점령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러시아로 납치한 데 책임이 있다며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서명한 130개국은 푸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에 속한 인근 국가와 이란만을 방문했다.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 이후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격전지를 방문한 것이 장거리 이동의 전부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 22~24일 열렸던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불참했고, 다음달 인도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한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해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할 것”이라 말했다고 인도 총리실은 밝혔다. 인도는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이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불참을 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은 서방의 경제제재에 참여하지 않으며 푸틴 대통령을 외교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고 러시아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의 중재안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중국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한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 우크라이나와 함께 참석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자랑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음달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정확한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4일 또는 8일로 전망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78회 유엔(UN) 총회에 참석하기 전 푸틴 대통령을 만나 흑해곡물협정 복귀 및 시리아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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