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개막하는 ‘아이에이에이(IAA) 모빌리티 쇼’에 참가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전시 공간.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값싼 중국 전기차들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르노·폴크스바겐 등 대중차 업체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차 업체들까지 중국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제조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판매량이 8만6천대를 기록하면서 전체 유럽 전기차 시장의 8.2%를 차지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4일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의 7개월 판매량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시장 분석 기관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18개 유럽 국가 전기차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영국이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의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지난 7개월 동안 영국에서 팔린 전기차의 3분의 1이 중국산이었다. 이는 전체 영국 신차 판매량의 5%에 이르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순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5%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3.9%까지 높아졌고 2년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럽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업체로는 비야디·니오·샤오펑 등이 꼽힌다. 중국 국유 자동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SAIC)도 지난 2005년 인수한 영국계 ‘엠지(MG) 로버’ 브랜드를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5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하는 세계 3대 모터쇼인 ‘아이에이에이(IAA) 모빌리티 쇼’(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도 대거 참가했다. 샤오펑은 모터쇼 개막에 맞춰 4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독일·영국·프랑스 전기차 시장에 새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비야디도 이번 모터쇼에 6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등 유럽 시장 내 존재감 부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위협에 대한 유럽 자동차 업계의 경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 자동차협회 회장은 “우리(독일)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이번 모터쇼는 국제 경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이 전기차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들의 최대 무기는 싼 가격이다.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3만2천유로(약 4560만원)로, 유럽 내 전기차 평균 가격(5만6천유로)의 57%에 불과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업체 르노의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는 “한 세대 앞서 시작한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중국 전기차와 가격을 맞추기 위해 내년에 내놓을 ‘아르(R)5 이브이(EV)’의 가격을 기존 전기차 모델보다 25~30%까지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도 중국 업체들과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비용을 50%까지 떨어뜨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고급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생산 비용을 절반 정도 낮춘 새 전기차 모델을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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