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주석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타스 연합뉴스
쿠바 정부가 러시아와 쿠바 내 자국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려는 러시아 인신매매 조직을 적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쿠바 정부의 이런 사실 공표는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에 대한 이례적인 비판에 해당해 주목된다.
쿠바 외교부는 4일 밤 늦게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내 쿠바인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쿠바 거주 시민들을 러시아군에 배속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려는 러시아 인신매매 조직을 적발했다”며 “쿠바 내무부가 이들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해체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이 인신매매 조직에 관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사법 절차도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성명은 “쿠바는 용병에 반대하는 확고하고 분명한 역사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쿠바는 유엔에서도 용병에 반대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쿠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모병을 위한 인신매매 때문에 쿠바 시민들이 다른 나라에 맞서 총을 드는 일이 없도록, 적극 대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 정부의 이런 발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추가 병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서방의 제재에 맞서 제3세계의 지지를 얻으려 애쓰는 가운데 나왔다. 외교부는 이 인신매매 조직에 대해 상세한 언급은 피했다.
쿠바는 1959년 공산 혁명 이후부터 옛 소련 및 러시아와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러시아는 쿠바인들이 경제 어려움을 피해 많이 이민하는 나라로 꼽힌다.
러시아 서남부 지역 랴잔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은 지난 5월 말 몇몇 쿠바인들이 러시아군과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투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쿠바인들은 러시아 시민권 취득을 보장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지난주에는 쿠바 정부를 종종 비판하는 유튜브 계정 ‘알랭 파파라치 쿠바노’에 건설업 일자리를 준다고 해서 갔다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참호를 파도록 강요당했다는 쿠바인 2명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알바로 로페스 쿠바 국방장관은 지난 6월말 러시아를 방문해 두 나라 공동의 ‘기술적 군사 프로젝트’ 개발을 논의한 바 있지만, 쿠바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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