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오데사 항구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순간을 찍은 폐회로 텔레비전 영상의 한 장면.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남부의 흑해 연안 항구 오데사에서 외국 화물선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우크라이나 흑해 항로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현지시각) 오데사 항구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화물선이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을 맞아 손상됐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으로 항구의 도선사 한명이 숨지고, 항만 노동자 한명과 필리핀 국적 선원 3명이 다쳤다. 이 화물선은 8일 밤 철광석을 싣기 위해 오데사 항구로 들어가다가 피해를 입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담당 장관은 이 배가 철광석을 실어 중국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이 화물선이 자사의 철광석을 싣기 위해 오데사 항구로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어뢰 피해를 본 민간 선박은 있었지만, 이 화물선처럼 직접적인 공격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경제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흑해 항로의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통로인 흑해 항로는 지난해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위험에 빠졌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은 전쟁 발발 직후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말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협정이 체결되면서 재개됐다. 하지만, 약 1년 만인 지난 7월 17일 러시아의 협정 파기로 곡물 수출이 다시 중단됐다.
우크라이나는 그 이후 다뉴브강 등 유럽 내륙 지역을 통한 곡물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흑해를 거치는 화물선들은 루마니아·불가리아 해안에 가까운 항로로 우회시켜왔다.
쿠브라코프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이후에도 이 항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 이후 6척의 화물선이 23만1천t의 농산물을 싣고 오데사에서 출발했으며 5척의 화물선이 오데사 항구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침략군의 항구 시설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로이드 시장 협회’의 해상보험 책임자 닐 로버츠는 당분간은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선적 활동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선박 보유 회사들은 선원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며, 공격이 계속될 경우 (선적 활동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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