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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누스 박사, 신용으로 빈민들의 삶을 변화시켜

등록 2006-10-13 22:50수정 2006-10-14 00:58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맨 왼쪽)가 그라민은행의 대출자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그라민은행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AFP 연합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맨 왼쪽)가 그라민은행의 대출자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그라민은행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AFP 연합
‘9센트 노예’ 알고난 뒤 현실속 뛰어든 경제학자
“세계 전역에서 빈곤과의 싸움 더 공고히 할 것”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 빈민 구제책을 창안한 데는 세계 최빈국이라는 고국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1940년 방글라데시 남부 치타공에서 부유한 금세공업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72년 고향인 치타공 대학에서 경제이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천명이 굶어죽은 기근이 닥친 1974년 그의 삶이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그는 “내가 가르쳤던 경제이론들 어느 것도 내 주변의 삶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나는 이론들, 교과서들에서 탈출해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실제 경제학을 발견해야만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같은 해 어느날 그는 조브라라는 시골 마을에서 아름다운 대나무 의자를 만드는 세 자녀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그는 이 21살의 어린 어머니로부터 의자 1개 재료비로 사채업자에게 9센트(90원)를 빌리는데 이 가운데 7센트가 바로 사채업자의 수중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누스는 <에이피>(AP) 통신에 “9센트 때문에 그가 노예가 되고 있다는 점을 탄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무리 중노동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존조건인 것이다.

유누스 박사는 다음날 바로 제자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자금이 필요한 빈민의 명단을 파악했다. 모두 43명이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돈은 불과 27달러(약 2만7천원)였다. 그는 이를 자신의 돈으로 꿔줬다. 그리고 대학 인근 은행을 방문해, 극빈계층에게 대출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용이 없다는 이유다.

애초 의도는 은행을 설득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그의 목표는 자신이 직접 빈민을 위해 돈을 꾸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1976년 자신의 신용으로 240달러를 융자받아 빈민들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그라민(농촌이라는 뜻)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직도 버렸다. 놀랍게도 상환율은 100%에 가까웠다. 5년 뒤인 1981년에는 직접 은행 설립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 설득 2년 만인 1983년 10월2일 드디어 그라민은행이 문을 열었다.

유엔은 그의 활동을 기려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유누스 박사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방글라데시 다카의 그의 집에서 “매우 행복한 소식이지만 더 큰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며 “(평화상 수상이) 세계 전역에서의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통한 빈곤과의 싸움을 더 공고히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고, 그 이외에도 필리핀 막사이사이상(1984), 스리랑카 모하메드 샤브딘 과학상(1993), 미국 세계식량상(1994) 등을 받았다.

유누스 박사는 노벨 평화상 상금으로 가난한 이웃들에게 영양가 높고 값싼 음식을 제공하는 회사를 세우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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