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빌 게이츠,워렌 버핏
게이츠,저돌적인 퇴치운동
버핏,꼼꼼한 기부금 투자
버핏,꼼꼼한 기부금 투자
“자선사업도 기업간의 생존다툼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의 편집자인 제이콥 와이스버그가 진단한 요즘 억만장자들의 자선활동 행태다. 와이스버그는 15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빌 게이츠와 같은 요즘 거부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기부하느냐가 아니라, 지구상의 온갖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아메리카온라인(AOL) 설립자인 스티브 케이스는 자신의 자선단체가 주민 일인당 6달러를 들여 아프리카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이 단체는 아프리카 마을에 물을 기르는 펌프를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나무를 심는 방법을 사용해 일인당 단가를 2달러 낮추는 프로그램을 고안할 수 있었다.
거부들이 자신의 고유한 경영 스타일을 자선단체 운영에 이식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모두 300억달러의 기금을 보유한 빌 게이츠 재단은 ‘말라리아 퇴치’라는 목표를 위해 과거 게이츠의 경영방식과 흡사한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게이츠가 경쟁 상대인 애플컴퓨터 타도에 목을 맸던 시절과 같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고로 승리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은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제2의 아이비엠이 되는 것을 거부했던 것과 똑같이 ‘관료주의 괴물’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구글이 10억달러를 기부해 만든 자선 조직은 영리를 추구함으로써, 자선단체의 기존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 이들은 1갤런의 휘발유로 500마일을 갈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해놓고 있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는 또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전지구적 이용자를 상대로 한 구글의 사업스타일과도 딱 들어맞는다.
신중한 장기투자의 대명사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역시 소유주식의 85%인 310억달러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그의 재테크 비법을 자선활동에 그대로 답습했다. 선택항을 꼼꼼히 검토한 뒤, 최고의 ‘보상’은 시장의 리더로부터 나온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에이즈와 지구온난화, 어린이 비만, 쓰나미 구조나 허리케인 구호 등 온갖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실제 성취 가능한 정도 이상으로 손을 대는 ‘대통령 클린턴’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와이스버그는 “최근 자선가들은 자선이라는 용어보다는 사회적 투자를 강조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도 수학이나 경제학 용어들로 넘치면서 기업인의 그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자선의 추세는 △전지구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물을 짓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상대적인 빈곤층보다는 최극빈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와이스버그는 “최근 자선가들은 자선이라는 용어보다는 사회적 투자를 강조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도 수학이나 경제학 용어들로 넘치면서 기업인의 그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자선의 추세는 △전지구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물을 짓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상대적인 빈곤층보다는 최극빈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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