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일부 의자를 탁자 위에 올려 놓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매장에서 고객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책과 관련해 전세계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들을 꼽으라면 스웨덴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언론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이를 잘 표현하는 건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책이 과연 성공할까?”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면 오해부터 걷어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4월 말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게 놔두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하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진실과 거리가 먼 것도 없다. 스웨덴은 물리적 거리두기, 요양시설 거주자 보호 조처 등 강력한 공공보건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나온 이 발언을 스웨덴 방역 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오해를 불식하기에는 충분하다.
스웨덴의 대응이 상황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뀐 걸 고려할 때 ‘집단면역’이라는 용어를 잊는 것도 오해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상당수가 면역을 얻는 걸 뜻하는 집단면역을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이 거론하긴 했지만, 이는 현재 스웨덴의 정책과 거리가 있다. 스웨덴의 대응 방식이 다른 나라들과 다른 건, 바이러스 억제보다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초·중등학교를 휴교하지 않았고, 상점이나 카페 등도 대체로 정상 운영된다. 시민들의 행동을 강제로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 자발성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많은 유럽 나라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평소처럼 활동하는 건 아니다. 구글이 3월15일부터 4월26일까지 모바일 기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걸 보면, 이 기간에 상점, 식당, 카페, 박물관 등을 방문한 인구는 1월 말~2월 초에 비해 13% 줄었다고 현지 영자매체 <더 로컬>이 최근 보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인구의 감소율은 이보다 더 큰 31%였다.
스웨덴 방역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망자를 줄이지 못한 것이다. 14일(현지시각)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8582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3529명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12.3%다. 유엔의 14일 기준 자료로 보면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342.6명이다. 스페인(579.7명), 이탈리아(514.5명), 영국(488.9명), 프랑스(414.8명)보다 적지만 미국(254.2명)보다는 많다. 노르웨이(42.2명), 핀란드(51.3명), 덴마크(92.0명) 등 이웃 나라들보다도 월등히 많으며, 한국(5.1명)과는 비교도 안 된다.
이렇게 사망자가 많은 건 노인요양시설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가보건사회위원회는 70살 이상 사망자의 절반 정도(948명)가 특수시설에 살던 이들이라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집에서 돌봄을 받던 노인은 전체 사망자의 26%였다. 텡넬 공공보건청장도 판단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한 미국 방송인과 한 인터뷰에서 “정책 수립 단계부터 환자가 더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사망자가 이렇게 많은 건 실로 충격적”이라고 털어놨다.
스웨덴 정부는 1주일 뒤인 12일과 13일 요양시설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22억크로나(약 2760억원)를 들여 돌봄 인력을 확충하고, 최대 1만명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공공노조가 집계한 걸 보면, 수도 스톡홀름의 요양시설 노동자 중 40%는 시간급제 비숙련 단기 계약직이며, 임시직 파견 노동자도 25%에 달한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요양시설 방역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6일 외레브로에서 코로나19 확진 여성이 요양시설에 출근하려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고 공영방송 <에스베테>(SVT)가 보도했다.
스웨덴의 또다른 ‘약한 고리’는 이주민 밀집지역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스톡홀름의 경우, 이주민 등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 로컬>의 보도에 따르면 예르바, 링케뷔시스타, 스퐁아텐스타 지역 등의 확진자 발생 비율이 스톡홀름 평균의 2~3배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주거 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스웨덴어를 모르는 이주민도 많아 방역당국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다.
스웨덴 방역당국은 비록 이런 약점들이 있지만 2차 코로나19 파동이 올 때 다른 나라보다 쉽게 대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기대가 실현돼도 세계적 복지국가가 잃은 ‘목숨값’은 회복할 길이 없을 것이다.
신기섭 국제부 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