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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즈모폴리턴] 북유럽 두 이웃 나라의 차이 / 신기섭

등록 2020-04-16 18:44수정 2020-07-10 15:55

신기섭 ㅣ 국제뉴스팀 기자

1.9%(6566명 중 127명) 대 9.0%(1만1445명 중 1033명).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자료 기준,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코로나19 치명률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로 함께 분류되는 이웃 나라치고는 차이가 꽤 크다. 덴마크, 핀란드와 함께 ‘가장 문명화한 국가들’로도 평가받곤 하는 두 나라가 어쩌다가 코로나19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실력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됐을까? 복지국가의 핵심이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질문은 단순 호기심 수준을 넘는 무게를 지닌다.

두 나라 중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주목받은 나라는 단연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사회적 면역’이라고 흔히 지칭하는 대응책을 선택해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스웨덴 정부 당국은 자신들의 바이러스 대책이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적극적인 대처라고 보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영자 매체 <더로컬> 스웨덴판이 정리한 일지 형식의 기사를 보면, 스웨덴은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뒤따라가는 식으로 대응해온 게 사실이다. 스웨덴은 3월2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란항공의 스웨덴 노선을 금지했고 4일에는 외국 여행객이나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가운데 의심증상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사망자가 나온 직후인 12일에는 노인과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기로 정책을 바꿨다. 이 시점에 이미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학교를 임시 휴교했지만, 스웨덴은 의료진 등 중요 업무에 종사하는 부모들의 육아 부담 때문에 휴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3월31일에는 ‘비교 대상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노르웨이의 대응은 대조적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표준적인 추적, 검사, 격리, 치료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했다. 4월 초 노르웨이의 검사 건수는 일주일 3만건 정도였는데, 5월 초부터는 10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노르웨이가 감염자 확인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통계 수치가 잘 보여준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15일 현재 노르웨이의 누적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인구 1천명당 23.9명이다. 이탈리아(18.9명)나 한국(10.4명)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며, 세계에서 이보다 많은 검사를 한 나라는 아이슬란드뿐이다. 반면 스웨덴은 12일까지 누적치로 볼 때 인구 1천명당 7.3명꼴로 검사를 했다. 노르웨이 인구가 스웨덴의 절반 수준인 536만명이고 1천명당 검사 건수가 3배 정도니, 노르웨이가 스웨덴보다 50% 정도 더 많은 검사를 한 셈이다. 이런 대응 차이에 대해 스웨덴은 문화적 배경을 내세운다. 스웨덴은 정부의 강제 대신 시민의 자발성에 의존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실패’는 검사를 게을리한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특히 많은 수도 스톡홀름의 경우 이주민 등 저소득층 거주지역과 부유층 거주지의 확진자 발생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 <더로컬>은 9일 “스톡홀름 전체 평균 확진자 발생 비율은 인구 10만명당 13명인 반면 린케뷔시스타와 스퐁아텐스타 지역은 각각 10만명당 47명, 37명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지역은 주거 환경이 열악해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데다가 상당수의 주민이 스웨덴어를 잘 모르는 이주민들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보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동안 은폐됐던 많은 문제점과 그늘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빛과 그림자인 듯하다.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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