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기온 35도가 넘는 도쿄 긴자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에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연일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열사병’도 심각해 일본 정부가 절전만 강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 기상청은 27일 낮 2시 기준으로 도치기현 사노시가 39.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36도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도쿄 도심이 34.7도에 달하는 등 사흘 내내 34~35도의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내달 2일까지 도쿄의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소방청은 25~26일 이틀 사이 200여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보이는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밝혔다. 전날 입원한 80대 남성은 중태이며 60대~80대 남녀 4명은 중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성은 “절전도 필요하지만, 더울 때 에어컨 켜는 것을 참지 말고, 온열 질환도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무더위로 전력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7일 오후 4시30분~5시 사이 도쿄 일대의 전력 예비율이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처음으로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전력수급 주의보는 전력 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될 경우 발령된다. 이소자키 요시히코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력 상황이 어렵다. 사용하지 않는 조명을 끄는 등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절전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편의점 기업인 세븐일레븐은 이날 도쿄 등 9곳의 지역에 있는 8800개 가맹점을 상대로 튀김기의 전원을 끄거나 음료 보충 작업을 다른 시간대로 피하는 등 절전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의 전력 부족은 ‘탈탄소’ 움직임으로 화력발전소가 줄어들고,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뒤 안전기준이 높아지며 재가동이 지연되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에너지 조달 상황이 불안정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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