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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한국 굴욕적 양보안에도 일본은 냉담…“담화 계승” 언급만

등록 2023-03-06 17:25수정 2023-03-07 02:42

추후 호응 가능성도 거의 없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P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6일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굴욕적인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일본은 극히 냉담한 반응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컵으로 비유하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추가 대응에 실낱같은 기대감을 밝혔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전례를 비춰봤을 때 일본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본이 이날 한국 정부가 애타게 요구해온 ‘성의 있는 호응 조처’와 관련해 내놓은 것은 △지난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반성’이 담긴 지난 정권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의사 표현 △2019년 7월 한-일 관계를 극단의 대립으로 몰고 갔던 수출규제 엄격화 조처(화이트리스트 배제) 완화를 위한 협의 개시 두가지였다.

첫째 조처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후 6시40분께 총리관저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이 총리를 둘러싸고 몇가지 질문을 건네는 약식회견(도어스테핑)으로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선언에는 지난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이 담겨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했을 뿐 공동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이란 말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두번째 조처와 관련해 한·일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정부 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와 관련해서도 자신들이 취한 ‘부당한 조처’를 선제적으로 철회하지 않고 한국이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취하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무리한 제소를 먼저 중단했으니 일본이 이에 화답해 대화에 나선다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이렇게 냉담한데도 한국 정부가 ‘물컵론’을 내세우며 추가 조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발적 기부’를 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기 때문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이 문제와 관련된 물음에 “한국 정부의 조처는 일본 기업이 재단 등에 대해 거출(출연)하는 것 등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정부는 민간 기업이 국내외에 자발적인 기부 활동을 하는 데 대해 특단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단에 돈을 내겠다면 막진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뒤,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며 추후에도 나설 뜻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운 일본의 제3자 기업들이 한국의 호응 요청에 얼마나 응할지 알 수 없다. 실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추가 조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2016년 10월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단칼에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대로면 이날 공개안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학 교수는 <한겨레>에 “현 단계에선 국제적 합의라는 모습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채울) 외교 협의나 외교적 퍼포먼스(행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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