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외교 비판 적잖아…경제엔 문외한
정책승부 강조하지만 실적 별로 없어
위기관리 미지수…‘반짝정권’ 가능성도
정책승부 강조하지만 실적 별로 없어
위기관리 미지수…‘반짝정권’ 가능성도
‘아베 열풍’은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돼온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장기불황의 늪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일본인들, 특히 젊은층의 누적된 불만이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아베는 화려한 가문, 부패와는 거리가 먼 전후세대, 준수한 용모 등 대중들이 선호할 만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등장을 계기로, 일본에서도 대중과의 소통능력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됐다. 자민당내 파벌 기반이 거의 없는 고이즈미 총리의 ‘장수’나 50대 초반인 아베의 집권이 가능한 이유이다.
그렇지만 성을 점령하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 아베의 조건들은 총리가 되는 데는 쓸모가 크지만, 정국운영에는 그렇지 못하다. 아베는 무엇보다 치열한 권력투쟁을 통해 단련되거나 검증된 지도자가 아니다. 위기관리 능력이나 정치 수완이 미지수라는 얘기다.
아베가 총리감으로 부상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고이즈미에 의해 요직에 잇따라 중용됐고, 지난해 10월 관방장관에 임명돼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각료 경험은 처음이다. 자민당 파벌구도의 높은 장벽으로 몇차례 좌절을 맛본 뒤 정권을 거머쥔 고이즈미가 잡초라면, 아베는 온실화초다. 당내 반대세력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충분치 못하다. 대중적 인기가 시들해져 ‘반짝 정권’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지금은 모두 ‘아베’를 외치지만, 언제 내려오라고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고이즈미 정권 초반의 최대 구심력은 총재 선거에서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고이즈미 바람’이었다. 반면, 아베의 집권은 부전승이나 다름없다. 새 정권 출범의 추진력 확보는 쉽지않다. 그의 참모들은 “아베의 싱거운 승리는 독이 될 것”이라며 “당선도 되기 전부터 수성을 걱정해야 한다”고 푸념한다.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아베가 전통적 파벌 우두머리들처럼 돈과 자리를 무기로 삼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고이즈미의 수법을 답습하기도 힘들다. 고이즈미는 끊임없이 저항세력을 만들어내 자신을 개혁 투사로 비치게 하는 ‘극장식’ 이미지 정치를 펼쳐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논리형인 아베는 단순 화법을 구사하는 고이즈미형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아베는 정치인을 ‘정국파’와 ‘정책파’로 나눈다. 자신은 파벌이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한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가시적인 ‘실적’은 별로 없는 편이다. 대북 강경 외교가 사실상 전부다. 이것 또한 일본인들의 비이성적 대북 적대감에 기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또한 고이즈미처럼 대중선동가라는 지적을 받는다.
‘아베 외교’가 실전에서 ‘시운전’한 것이 지난달 북한 미사일 발사 때였다. 대북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아베는 우파들로부터는 합격점을 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에 놀아난 삐에로” “파국도 개의치 않는 벼랑끝 외교” 등 강경일변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념적 색채가 짙은 외교·안보·개헌과 자신이 장기로 꼽는 사회보장 이외의 분야에선 아베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특히 경제 분야는 문외한에 가깝다. 최대 현안인, 건전재정을 위한 소비세 인상에 대해 그는 “세출 삭감이 우선”이라는 말로 비껴갈 뿐이다. 아베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고이즈미식 신자유주의 개혁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양극화 심화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자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라는 구호를 내걸고 궤도수정을 꾀하기 시작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정민영화를 둘러싼 격렬한 내부투쟁에서 보듯이, 고이즈미식 개혁의 지속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마그마’나 다름없다. 지난 1일 숨진 아베의 삼촌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은 아베의 역사인식과 시장원리주의 성향을 우려하면서 “아베를 정말로 뒷받침해줄 사람이 주위에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끝>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이념적 색채가 짙은 외교·안보·개헌과 자신이 장기로 꼽는 사회보장 이외의 분야에선 아베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특히 경제 분야는 문외한에 가깝다. 최대 현안인, 건전재정을 위한 소비세 인상에 대해 그는 “세출 삭감이 우선”이라는 말로 비껴갈 뿐이다. 아베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고이즈미식 신자유주의 개혁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양극화 심화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자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라는 구호를 내걸고 궤도수정을 꾀하기 시작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정민영화를 둘러싼 격렬한 내부투쟁에서 보듯이, 고이즈미식 개혁의 지속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마그마’나 다름없다. 지난 1일 숨진 아베의 삼촌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은 아베의 역사인식과 시장원리주의 성향을 우려하면서 “아베를 정말로 뒷받침해줄 사람이 주위에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끝>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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