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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늙은 일본’ 대수술…‘격차 사회’ 해소 나선다

등록 2009-08-31 13:55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의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민주당 후보들의 이름이 쓰인 상황판 위에 잇따라 당선을 축하하는 장미꽃이 달리고 있다. 도쿄/AP 연합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의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민주당 후보들의 이름이 쓰인 상황판 위에 잇따라 당선을 축하하는 장미꽃이 달리고 있다. 도쿄/AP 연합
파벌·관료정치·신자유주의 약화 불가피
내년 참의원 선거 ‘민주당체제’ 첫 심판대
하토야마의 일본 앞날

30일 밤 일본 정치사가 새로 쓰이며, 일본 사회가 격랑 속으로 들어갔다. 이날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훨씬 넘는 득표를 하면서, 전후 일본 정치사상 최초의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민주당의 압승과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참패는 일본 정치를 넘어 사회, 경제 시스템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그동안 변화보다는 안전과 화합을 우선시하던 일본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당체제의 붕괴 자민당의 붕괴와 민주당의 집권은 일본에서 보수대연합에 기초한 일당 지배체제 종식을 의미한다. 양당제 정착의 주춧돌을 놓아, 상시 정권교체도 가능한 상황을 만들 공산이 크다. 이는 치열한 정책 대결을 유도해, 보수 일색의 일본 정치세력의 분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처럼 민주당과 공화당 정도의 체제가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변화보다는 안정과 타협을 우선시하는 일본의 사회 풍토에서 어쩌면 이번 선거 결과는 ‘혁명적인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개혁과 세대교체 민주당은 이미 19세기 메이지 정부 이래 집권당을 뒷받침하며 일본 정치 사회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온 관료정치 체제의 청산을 최대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행정쇄신위와 국가전략국 같은 새로운 조직을 설치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의원 100명을 각 성청에 정무관, 부대신 직책을 맡겨 파견함으로써, 관료에게 위임된 정책과 예산 배정 등 국정운영을 정치인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세대교체의 바람도 거셀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정치 신인들이 100명 이상 당선권에 포진된 것으로 나타나 60~70대가 지배하는 일본 정계에 세대교체 충격을 가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해온 자민당의 파벌 영수, 전·현직 관료들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해, 파벌정치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자유주의 노선 쇠퇴와 민생정치 요즘 일본 사회를 규정짓는 열쇳말 중 하나가 ‘격차 사회’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극심한 양극화와 비정규직 양산을 꼬집는 말이다. 일본 거대 시민운동단체 중 하나인 반빈곤네트워크는 이날 밤 성명을 발표해 “우리들은 우선 정권교체를 환영한다”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명은 “그동안 노동자파견법으로 상징되는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 정책이 단행되면서 일본 사회 안에서 빈곤이 확대됐지만 정부 여당은 빈곤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려는 의사가 결여됐다”며 민주당 정부에 민생정치를 주문했다.

민주당은 이미 매니페스토(집권공약)에서 아동 1인당 연 31만2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등 서민에 대한 직접지원을 표방하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개혁 이후 무너진 복지 체제의 부활을 주장했다. 엄청난 재정적자 때문에 이런 공약이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와 복지 체제 강화는 일본 사회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고비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바꿔 열풍”에 어떤 식으로든 충실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실권을 가진 중의원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해, 정권 운용의 안전판은 마련했다.


‘포스트 고이즈미’ 이후 자민당이 절대 안정 의석수를 확보해놓고도 자멸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민주당의 앞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자민당의 패배에 더 방점이 찍히는 것을 고려할 때 오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일본의 자민당 이후 체제를 확실히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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