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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일본엔 ‘NHK 수신료 거부’ 정당이 있다

등록 2023-04-18 15:00수정 2023-04-18 19:10

일본에는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 수신료 폐지를 핵심정책으로 하는 정당이 있다. NHK 사무직원 출신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2013년 6월 ‘NHK 수신료를 내지 않는 당’이란 정치단체를 설립한 것이 그 출발이다. 그는 지역을 옮겨다니며 세 차례 선거에 나서 2015년 4월 치바현 후나바시 시의원에 당선했고, 2019년 7월엔 참의원 선거(비례구)에서 당선했다. 이로써 그가 이끄는 정치단체는 정당이 됐다. 다치바나는 NHK 송출 시스템을 돈내는 사람만 보게 바꾸고, 유료 시청자를 줄여 NHK를 망하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친다.

공영방송은 국가권력이나 시장권력으로 독립하여 공익을 위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시민이 낸 수신료를 핵심 재원으로 방송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우리나라 등은 수신료 납부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에는 의무 규정이 없지만, 열에 여덟 꼴로 계약을 맺고 수신료를 낸다. 지상파만 보는 12개월 선불 계좌이체 납부 옵션이 1만3650엔(13만3500원)이다. 우리나라(월 2500원)의 4.5배 가량이다.

NHK 수신료 거부운동이 거세게 인 적이 있다. 2004년 7월 직원들의 제작비 착복 등 비리가 잇따라 발각되고, 2001년 방송한 <전시 성폭력을 묻는다> 프로그램이 아베 신조 당시 관방부장관 등 정치인들의 개입에 의해 수정됐다는 사실이 2005년 1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로 드러난 것이 계기였다. 11월 말 수신료 거부 · 보류가 128만건까지 불어났다. 대학교수와 시민이 주축이 된 ‘지불정지 운동모임’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중시해 수신료 거부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불신에 편승해 NHK를 사실상 국영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이를 비판하고, 2007년 2월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시민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시민운동이 독립언론을 지키려는 것이라면, 정치권의 개입은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배하자는 것이다. 다치나바의 정당은 ‘NHK 수신료를 지불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당’ 등으로 선거 때마다 이름을 바꿔 비웃움을 샀다.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가시 의원은 8개월동안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3월15일 제명당했다. 다치바나는 당의 이름을 ‘정치가 여자48 당’으로 또 바꿨다. 여성 아이돌그룹 AKB48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31살의 아역배우 출신 오오츠 아야카를 당대표로 삼았는데, 다치바나가 한달만에 제명하며 당권 투쟁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국방송(KBS)이 편파 보도를 한다’고 문제삼으며, 한국전력에 위탁해 전기요금에 통합징수하고 있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방송은 한전에 수신료의 6.8%(2017∼2021년 평균)를 수수료로 줘왔다. 수금원을 두고 수신료를 걷는 일본 NHK의 경우 징수비용으로 수신료의 10∼11%를 쓴다. ‘분리 징수’가 노리는 게 과연 무엇일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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