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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왕의 DNA [유레카]

등록 2023-08-15 14:54수정 2023-08-16 02:38

교육부 사무관의 갑질 사건과 ‘안아키’ 논란. 김재욱 화백
교육부 사무관의 갑질 사건과 ‘안아키’ 논란. 김재욱 화백

교육부 5급 사무관 갑질 사건이 난데없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사무관이 담임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 등장하는 ‘왕의 디엔에이’와 ‘극우뇌’라는 용어 때문이다.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상담만으로 자폐와 에이디에이치디(주의력 결핍 장애), 틱 장애 등을 치료한다는 한 사설 연구소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종 안아키’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사무관은 최근 공개한 사과 편지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드린 자료(왕의 디엔에이 등)는 내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썼다. 그러자 이 치료기관으로 지목된 사설 연구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 연구소는 에이디에이치디 판정을 받은 아이들을 ‘극우뇌’형으로 분류하고 약물이 아닌 상담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약물 대신 ‘왕자’ 또는 ‘공주’ 호칭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고, 약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계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주장’이라고 경고한다.

‘원조 안아키’는 이미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과 인터넷 카페에서 해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활성탄으로 만든 무허가 제품 등을 판매한 한의사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019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숯을 가공해 만든 활성탄은 주로 탈색제나 정화제 등으로 쓰인다. 그는 ‘예방접종은 면역력을 저해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두에 걸린 아이를 초대해 항체를 형성해야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40도 온수로 응급조치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온찜질을 해야 한다’ ‘아토피를 가진 아이에게 보습제는 전혀 바르지 않고 햇볕을 쬐면 낫는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은 한때 6만명에 이를 정도로 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부모의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해준 한의사의 태도에 감동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따라 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한 이들도 속출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탓하기 힘든 세상인데, 그런 마음을 악용하는 이들도 많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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