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아이가 ‘왕의 디엔에이(DNA)’를 가졌다고 언급하며 담임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 사무관 ㄱ씨가 교사와 학교에 사과했다. ‘자신의 직위가 협박이 될 줄은 몰랐다’는 해명인데, 실제로는 학교와 교육청, 교사를 상대로 돌아가며 직위해제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13일 교육부 기자단에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전달하며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경위에 대해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 종이 알리미’ 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담임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에 쓴 ‘왕의 디엔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제가 우리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며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ㄱ씨는 자신의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ㄱ씨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과문의 내용과는 달리 ㄱ씨가 학교와 교육청, 교사를 상대로 돌아가며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이날 공개한 통화 녹취 등 자료를 보면, ㄱ씨는 학교 쪽에 담임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사실을 알리면서 ‘직위해제하지 않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직위를 알고 있는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도 ‘너희는 왜 손놓고 있냐. 언론을 동원하겠다’, ‘감사도 빨리 나가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학교 쪽에는 구체적인 교육 내용과 다른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기록해 본인에게 매일 보고하라거나, 본인 자녀를 위해 해당 학급의 교육과정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앞서 ㄱ씨는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담임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담임 교사는 직위 해제됐다가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ㄱ씨는 후임으로 부임한 담임교사에게는 “‘하지 마’, ‘안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왕의 디엔에이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의 내용이 적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에서 6급 공무원으로 일한 ㄱ씨는 올해 1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대전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전교육청은 이번 사건 관련 ㄱ씨를 직위해제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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