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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물밑에서 밀려오는 변화의 물결

등록 2023-09-10 18:29수정 2023-09-21 17:12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기만 |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코인 같다’는 말은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변동성이 심한 상황을 설명하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대상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대중의 인식이 반영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코인 투자는 실체가 없는 자산에 투기하는 것이라는 냉소적 시선도 깔렸다.

가상자산 침체기인 ‘크립토 겨울’에는 회의론마저도 자취를 감춘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빠르게 식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전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2021년 11월 8000만원을 넘었던 비트코인은 현재 3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대중의 관심이 줄었다고 해서 블록체인 업계가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가격 침체기에 싹을 틔우기도 한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탈중앙화금융(DeFi) 등은 지난 크립토 겨울에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시기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활발해지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 상장지수펀드 출시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를 상장지수펀드로 전환하겠다며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신청이 반려됐고,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워싱턴디시(DC) 연방항소법원은 증권거래위원회에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미 비트코인 선물 기반 상장지수펀드의 상장을 승인했는데, 현물 상장지수펀드만 반려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도 출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는 지난 7일 ‘아크 트웬티원셰어스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의 상장 신청서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돼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도권에서 수용될수록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성이 갖춰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글로벌 결제기업인 페이팔은 지난달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피와이유에스디(PYUSD)를 발행한다. 페이팔은 200여개 국가에서 4억명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팔 이용자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서든 디지털 달러를 손쉽게 전송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증권과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리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달러 발행사인 서클은 최근 ‘토큰화 추진 연합’을 구성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통 자산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자산 토큰화 시장은 2030년까지 16조달러(약 2경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암호화폐 시장은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투자의 관점으로만 보면 힘들고 지루한 시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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