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어지럽다. 경기지사 선거가 야권연대의 핵으로 급부상했으나 이에 걸맞은 협력과 경쟁의 규칙은 세워지지 않는 모양 때문이다. 민주당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자 느닷없이 국민참여당에 합당을 제안했다. 합당 뒤 민주당내 경선을 통해 대표선수를 뽑자고 한다. 참여당 창당 명분이 있고 없고 하는 원론은 제쳐두자. 그것보다는 정당간 합당은 물건너갔다고 보고 야5당이 연대 논의를 시작한 터에, 합당을 들고 나온 게 생뚱맞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기호 8번인 유 전 장관이 단일후보로 선택된다면 기호 2번을 달고 나설 500여명의 경기지역 기초단체장·의원 후보 중 몇 명이나 당선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아닌 누구도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어선 안 된다는 논법으로, 역시 야권연대를 해치는 발언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송영길 최고위원), “남이 차려온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덤비기”(노영민 대변인), “왜 영남으로 가지 않고…”(김민석 최고위원) 따위의, 연대 파트너에게 건네기 어려운 험한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유 전 장관의 경쟁 참여에 시비를 거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다. 당황스럽긴 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인천 시장과 경기지사는 당연히 민주당 후보를 내세우려던 참에, 대중적 인기가 높은 유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이나 이종걸 의원, 유 전 장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안동섭 민주노동당 위원장 등 누구도 혼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지사한테 적수가 되기 어렵다. 진입 장벽을 치기보다는 유력한 주자를 더 끌어들여 흥행과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트로트계의 양대 산맥인 송대관과 태진아를 보자. 두 사람은 상대가 가요계에서 사라져주길 바랄 정도의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방송 토크쇼에 나란히 출연해 잡아먹듯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방송에서 빼놓지 않고 날리는 멘트가 있으니 그것은 신곡 발표 등 상대방 동정 띄워주기다. 이들은 ‘숙명의 라이벌’이란 타이틀을 걸고 합동콘서트도 여는데, 라이벌 관계가 주는 긴장과 흥미 요소가 흥행 동력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은 상대방이 존재해야 나의 존재감도 한층 빛이 난다는 ‘협력적 경쟁’의 원리를 꿰뚫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송대관의 연관 검색어 1위는 태진아, 태진아의 연관 검색어 1위는 송대관이 차지하는 경우가 잦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유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자 “경기도 장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물장수가 왔으니 장터가 더 커질 것 같다”며 “제가 바랐던 대안을 중심으로 한 역동적 선거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주자의 출현을 반기면서 격렬한 논쟁판을 만들어보자는 도전적 제안인 셈이다. 그의 말대로 판은 키우고 볼 일이다. 유 전 장관도 자제해야 한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과 관계없다”고 했는데, 노무현 정신은 특정 정파가 독점할 대상이 아니다. 노무현 정신의 선양을 바란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권장하는 게 마땅하다.
6·2 지방선거의 수도권 무대에 범야권의 큰손들이 모여들었다. 한명숙 노회찬 유시민 김진표 이종걸 심상정 송영길 등이 선수로, 정세균 이해찬 손학규 등은 조정자 위치에 서 있다. 야권에는 역동성 있는 판을 만들고 힘을 모으라는 주문이 부과되어 있다. 연대의 규칙을 지키면서 협력적 경쟁을 이끌어가는 세력과 지도자는 일어서고, 그렇지 않은 쪽은 힘을 잃을 것이다. 박창식 논설위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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