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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권력보다 권리를 키우는 개헌을 위하여 / 박구용

등록 2017-01-03 18:16수정 2017-01-03 19:32

박구용
전남대 교수·시민자유대학 이사장

개헌은 시대정신이다. 촛불이 제7공화국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다 싶어 적폐의 주범들도 개헌몰이에 나선다. 87년 6·29를 복제한다. 헌법이 “대통령=부패” 등식의 주범인 양 떠벌린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과 그 주변 비리의 정범은 헌법이 아니다. 중앙 패권적 행정권력과 재벌 중심의 시장권력, 그리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검찰의 부패와 언론의 무능이 주범이다.

개헌몰이로 물타기를 하려는 자들에게 87년처럼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저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몰이에 휘둘리지 않는 광장 주도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이 가닥을 잡아야 한다. 우선 ①‘개헌의 방향과 틀’을 짜면서, 동시에 ②‘개헌의 종류와 범위’를 논해야 한다. 나아가 ③‘개헌의 주체와 절차’를 점검하고 ④‘개헌의 시기와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촛불의 뜻을 따르는 대통령 후보라면 지체 없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밝히고 광장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①개헌의 방향은 권력구조 개편과 권리체계 개혁으로 나뉜다. 권력구조 개편은 단임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선호하는 중임제는 단임제보다 부패를 더 키우고, 더 감출 수 있다. 의원내각제는 일본처럼 나눠먹기 권력 세습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과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니 인기투표하듯 결정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왕처럼, 국회의원이 귀족처럼 행세하는 권력구조 틀을 깨야 한다. 중앙패권에서 지역자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분권형 권력구조의 새판을 짜야 한다. 여기서 ‘헌법=권리체계’라는 민주적 법치의 본질이 드러난다. 권리체계로서 헌법은 두 기둥, 인권과 주권으로 세워진다. 인권과 주권의 담지자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현행 헌법은 두 권리의 주체를 국민으로 통일하고 있다. 이 경우 국적이 다른 사람과 뭇 소수자들이 인권의 발신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세계시민과 함께할 나라를 만들려면 기본권 체계부터 재구성해야 한다.

②권리체계 개혁은 기회균등을 넘어 국민의 실제적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생활균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개혁입법과 사회적 결사체의 주권을 키우는 선거법 개정을 기초로 헌법 전면개정을 단행해야 한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일부개정으로 제7공화국을 열겠다는 정치인은 제 몫에 목을 맨 자들이다.

③개헌의 핵심은 주체다. 지금까지 9번의 개헌 중에서 3차(2공화국)와 9차(6공화국)를 제외하면 모두 대통령이 주관했다. 국회가 주도했던 3차와 9차 때도 국민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이 명실상부한 개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참여형 개헌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니 대권 후보들은 국회와 국민이 함께 시민의회를 만들어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안에 응답해야 한다.

④개헌을 위한 국회특위가 만들어졌다. 87년 이후 30년 만이다. 잘된 일이지만 촛불 몰래 자기들 구미에 맞는 개헌에 착수하지 못하도록 감찰해야 한다. 개헌안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다. 이것들을 모으고 다듬으면 곧바로 개헌이 가능하다는 선전은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기능주의적 발상이다. 대선 전과 후를 선택하라는 여론몰이는 이들의 수작이다. 지금은 선택할 때가 아니라 논의할 때다. 결정할 때가 아니라 사유할 때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제7공화국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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