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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개헌과 개혁입법 일괄타결 어떨까

등록 2018-06-25 18:47수정 2018-06-26 09:34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할 수만 있다면 자유한국당과의 대타협이 연정보다 훨씬 낫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것이 바로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통 큰 정치와 결단을 기대한다.

국회는 5월24일 문재인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격앙된 반응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나왔다.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찬반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매우 송구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동과 시기가 딱 겹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편지를 공개한 것은 24일 한밤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12시부터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들과 긴급회의를 한 뒤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12일에 열리지 않게 된 데 대해 당혹스럽고 매우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25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자고 했다. 26일 오후 두 사람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개헌 포기 발언은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습니다. 언젠가 국민들께서 개헌의 동력을 다시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심이 없는 정치의 모습에 실망하셨을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어법과 많이 다르다. 국회와 정치에 대한 실망과 원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개헌은 어려워졌다. 대통령이 안 하겠다는데 여당이 개헌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헌이 안 되면 선거구제 개편도 안 된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끝장난 것일까? 아닐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국이 꽉 막혔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회 의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부동산세제 개편, 재벌개혁, 노동개혁을 위해서다. 6·13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개혁입법을 의결할 수 있는 국회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총선은 2020년 4월이다.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다고 해도 2020년 가을에나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총선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자유한국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보수 혁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새로운 깃발과 인물을 찾아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쉽게 떨어질 분위기도 아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다가는 자칫 2020년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할지 모른다. 개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적 활로일 수 있다.

그래서다. 여야가 이견을 상당히 좁혀 놓은 국회 총리추천제 개헌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대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는 대타협을 시도하면 어떨까?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총리추천제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총리추천제를 꼭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 다음 대통령이 잘 운용하면 된다.

자유한국당은 기득권 보수의 이해를 저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표현한 대로 “수구 기득권을 다 버리고 보수 이념을 해체”하지 않으면 소생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을 다 통과시켜줘도 어차피 책임은 문재인 정부가 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상 이런 식의 정치적 거래를 좋아할 리 없다. 그러나 발상을 바꿔야 한다.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다 앉힌 정성과 역량의 절반만 쏟아도 자유한국당과 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때마침 국회 의장단과 여야 지도부 모두 교체기를 맞고 있다. 새로 선출되는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나 새 대표가 중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여권에는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회에서 인사와 예산을 처리할 수 있는 과반 안정의석을 우선 확보하자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차피 과반 의석으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자유한국당과의 대타협이 연정보다 훨씬 낫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바꾸는 것이 바로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통 큰 정치와 결단을 기대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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