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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주택 투기, 정공법으로 대응해야 / 신영섭

등록 2018-09-17 18:14수정 2018-09-18 09:25

신영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그동안의 투기 대책이 효과가 없자 다급해진 정부가 또 대책을 내놨다.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와 대출 봉쇄 및 전매 제한 강화가 주요 내용이며, 21일에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대책도 효과가 없으면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미친 집값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진 서민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투기 대책도 강도만 세졌을 뿐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 있어 과연 투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지금은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고 흐름을 바꿔놓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정책 수단은 돈줄을 조이고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모든 인플레이션은 화폐 현상이다’라는 경제이론대로, 1100조원이나 되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니 집값이 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노골적으로 펴면서, 재건축 및 부동산 대출 규제가 느슨해졌고 본원통화(한국은행의 화폐 발행액과 예금은행이 한국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의 합계)도 크게 늘었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자금을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공급한 것과 다섯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탓이 크다.

물론 이번 대책에도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이 있지만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우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올리면 막을 방법이 없다. 아예 본원통화를 줄이면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대출 규모가 크게 줄고 시중 유동자금과 직결된 총통화도 줄어든다.

돈줄을 조이고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불안한 경기 흐름이 악화되고 가계부채에도 탈이 날까 걱정이라고 반대할지 모른다. 하지만 돈이 넘치고 금리가 바닥이어도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부진했고 집값만 뛰는 바람에 가계부채는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 상황에 책임이 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집행부가 계속 통화 긴축을 외면하고 있으니 어떻게 정부의 투기 근절 의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집값은 단번에 몇억원씩 오르는 데 비해 늘어나는 세금은 얼마 안 되는데다,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하면 그마저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야당이 “세금 폭탄”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국회 통과도 두고 봐야 한다. 공시가격도 매년 조금씩 올린다면 뛰는 시가에 근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밖에도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너무 느슨한 탓에 주택 양도차익 과세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양도세 비과세는 원래는 내 집 마련을 촉진해 중산층을 육성한다는 취지였지만, ‘똘똘한’ 집 한 채의 값이 수십억원인 요즘에는 철 지난 얘기일 뿐이다. 1가구 1주택에도 예외 없이 양도세를 과세하되 실거주 기간에 비례해서 세금을 공제해주면, 세정 왜곡을 바로잡고 투기도 막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 주저하지 말고 거시경제정책을 바로잡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정공법을 펴야 한다. 발등의 불인 투기 진정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도 거시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조세정의 실현과 투기 방지를 위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1가구 1주택의 양도차익에도 예외 없이 과세해야 옳다. 또 주택 안전진단 강화나 후분양제 시행은 투기 방지 못지않게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처다. 토지공개념이나 분양원가 공개의 검토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시장에 정부의 투기 근절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정공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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