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우리나라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주택 임대차 제도다. 우리와 유사한 전세 제도가 있는 나라는 볼리비아 정도라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우리나라 전세의 역사는 150년 가까이 된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부산, 인천, 원산 3개 항구가 개항되면서 일본인 거류지 조성과 농촌인구 이동 등의 영향으로 서울 인구가 늘어났고 주택 임대차 관계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셋값은 보통 집값의 절반 수준이었고 비싼 곳은 7~8할에 육박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평균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 67%와 비슷하다.
한국전쟁과 산업화 영향으로 서울의 주택난이 심해지면서 전세 제도도 자리를 잡게 됐다. 1958년 민법에서 처음으로 전세권을 보장했고, 1962년엔 대한주택공사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소형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정부도 임대주택 공급에 나섰다. 주택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집값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는 무주택 서민들의 유용한 주거 방편이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남의 집에서 사는 임차 가구 비율이 전국 평균 42%다. 서울은 57%로 절반을 넘고, 이 중 전세 비율이 52%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을 내놨다.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임대기간도 4~8년 보장하게 하는 대신 각종 세금 경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등록 임대사업자 수가 2017년 말 26만명에서 올해 7월 33만6천명으로 29% 증가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일부에서 이를 악용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임대사업자 주택 등록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기준 10대 이하 미성년 임대사업자가 17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104명에서 70% 넘게 늘어났다. 이 중에는 2살짜리 2명을 비롯해 5살 이하 유아가 10명이나 됐다.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린 편법 증여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토부는 미성년 임대사업자 명단을 국세청에 넘겨 증여세 탈루 여부 등 세무조사를 의뢰했고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재산을 늘리려는 욕망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인 집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제약이 필요하다. 집은 재산 증식에 앞서 거주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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