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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특별재판부 법안 검색하기 / 김태규

등록 2018-10-30 18:45수정 2018-10-31 09:56

김태규
정치팀 기자

“반민특위와 똑같은 것이다. 그때는 친일파 처단을 위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정상적으로 국가 운영을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예외적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난 23일, 자유한국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친일 부역자를 처단하려고 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와 대체 어떤 연관이 있기에? 궁금해서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1948년 9월22일 공포)을 찾아봤다. 반민특위가 조사한 친일 부역자를 특별검찰부가 기소하면 ‘특별재판부’가 재판을 담당했다. 대법원에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재판관 16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법관·변호사는 6명뿐이었고 재판관 5명은 ‘일반사회인사’, 나머지 5명은 국회의원의 몫이었다. 이를 위해 국회는 1948년 11월30일 본회의를 열어 10명의 현역의원을 후보로 놓고 선거를 실시했다. 이때 선출된 특별재판관이 한국독립당의 오택관(경기 옹진갑), 무소속 서순영(경남 통영을), 최국현(경기 고양을), 김장렬(전남 완도·무소속), 홍순옥(충북 청원갑) 의원이었다. 당시엔 반민족행위자 단죄를 위해 국회의원이 재판도 했다! 미완의 역사로 남긴 했지만.

그렇다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의 특별재판부 구성 방식을 보자.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는 1심과 2심에 판사 3명의 합의부 형태로 각각 하나씩 설치된다. 이 재판부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 특별재판부추천위원회(추천위)다. 대법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판사회의(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가 3명씩 추천한 6명을 위원으로 위촉한다. 나머지 3명의 위원은 대법원장이 직접 선정하는데 법안에서는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3명, 이 가운데 1명 이상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가 1·2심 특별재판부 후보를 2배수(6명)로 각각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절반씩을 추려 특별재판부로 임명한다. 물론 이들은 모두 현직 판사다. 특별검사 추천하듯 정당이 올리는 인물도 없고 정치권이 특별재판부 구성에 개입할 방법도 없다. 반민특위와 똑같은 점이 있다면 ‘특.별.재.판.부’라는 이름 다섯 글자뿐이다.

그러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둘러싼 보수세력의 왜곡은 막무가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한 25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가 판사를 선정한다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4당 합의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할 길 없다. 역사적으로 과거 반민특위 이후 처음”이라고 성토했다. 다음날엔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서 “국회가 나서서 판사까지 지명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같은 날 변호사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특별)재판부를 국회가 지명하겠다니요?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올리며 격하게 반응했다. 태극기부대가 환영할 가짜뉴스의 싱싱한 재료가 그들의 입에서 생산된 것이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가 반민특위와 같다고, 그래서 위헌이라고 주장을 하려거든 법안부터 읽어보는 게 좋겠다.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 ‘양승태’라고 치면 나온다. 정말 쉽다.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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