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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2019 법조월령가 / 김남일

등록 2019-01-01 18:42수정 2019-01-02 13:51

김남일
법조팀장

서초동에 마주앉은 검찰법원 뜨고지고 삼백하고 육십오일 검찰수사 법원재판 엠비박통 유죄땅땅 삼성롯데 집유석방 로또영장 방탄판사 새벽별로 점을치나 일월성신 둥글다가 때가되면 이지러져 적폐청산 정치보복 누구말이 맞을쏘냐 아침저녁 오고가니 눈떠보니 일년이라.

서초는 상서로운 풀, 서리풀로 불린다. 벼를 뜻한다고 한다. 검찰 법원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서초동 한해 농사라는 게 애매하다. 방탄소년단이 풍년가를 부를 정도로 대풍이어도 나라 꼴이 걱정이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왜 저러고 사나 싶다. 애써 심고 솎고 김맸는데 거둘 것 없는 흉작이면 역시 나라 꼴이 걱정이다. 결국 변호사만 돈 벌었다는 얘기다. 씨는 뿌려졌는데 부재지주 남의 땅 잡초 보듯 하면 나라 꼴이 더 걱정이다. 그건 검사와 판사가 엉뚱한 마음을 품었다는 증거다. 올해 상반기 서초동 작황 예보를 해본다.

지난해 가을 사법농단 수사의 주요 절기마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파종 때를 놓친 검찰은 겨울 보리밟기도 못 하는 처지다. 봄보리라도 거두려면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곧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음력 정월 즈음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법원은 엄동설한에 때아닌 써레질이다.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다른 사건 재판에서 전직 대법원장 기소를 대비하는 듯한 법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죄가 되지 않는 쪽으로 자꾸 땅을 고른다. 서둘러 만든 비닐하우스 법정엔 온기가 넘쳐난다.

폭락한 사법신뢰 탓에 배추밭 갈아엎듯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로서는 사법농단 수사를 다소 손절매하더라도 잃을 게 없어 보인다. 검찰 개혁보다 법원 개혁이 더 시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물에 불려 놓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종도 서둘러야 한다.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 이 특용작물의 떡잎부터 알아봤다. 항소심에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삼성 총수 일가 수사는 삽질도 하기 전에 반대부터 하는 이들이 많다. 다른 작물까지 다 죽인다는 것이다. 방울토마토는 ‘꼭지’가 있어야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꼭지를 떼어낸 방울토마토가 더 오래 싱싱하단다. 하물며 ‘로튼토마토’야.

대한 닷새 뒤에는 징역 5년이 구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선고가 있다. 소한 대한 지났어도 북풍한설은 있기 마련이다.

친박계로부터 ‘겨울왕국의 엘사’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해 4월 몰고 올 것으로 예보됐던 이상저온 꽃샘추위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그는 징역 25년짜리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가 4월까지 나오지 않으면 구속기한이 끝나 잠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2016년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을 챙겨주고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상소를 포기해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구속기한은 의미 없어졌고 대법원은 시간을 벌었다. 박 전 대통령의 감옥살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바깥살이와 맞물려 있다. 두 사람은 뇌물죄로 묶여 있다. 대법원 판단이 늦어질수록 누군가는 이득이다.

사법개혁 언제하나 국회한테 달렸느냐 사계절이 진퇴있듯 검찰법원 풍흉있어 홍수가뭄 바람우박 없는날이 있겠냐만 이제라도 정신차려 잡초뽑고 돌고르면 제아무리 칼바람도 얼어죽기 하겠느냐. 에헴.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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