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자 보수언론이 ‘조세 저항’을 부추기고 있다. ‘비(非)강남의 국민주택 1채도 종부세 대상이 속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민주택’이라는 용어를 왜곡해 마치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평범한 중산·서민층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것처럼 과장한다.
주택법상 주택은 크게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으로 나뉜다. 국민주택은 정부가 1980년대 수도권 등 도시 지역의 심각한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해 무주택 중산·서민층을 대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1981년 주택법을 개정해 국민주택기금을 만들어 국민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 공기업이 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데, 분양가상한제 등이 적용돼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 원칙적으로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 자격이 있다. 대신 주거 전용면적은 국민주택 공급 취지에 맞게 85㎡(25.7평) 이하의 중소형으로 제한했다. 국민주택은 국민 일반에게 표준적인 주택 모델로 인식된다.
국민주택의 상대적인 개념이 민영주택이다. 민간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건설하는 주택으로 삼성물산의 래미안, 지에스(GS)건설의 자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등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도 전용면적 85㎡ 이하가 있지만, 이는 중소형 민영주택일 뿐 국민주택이 아니다. 85㎡ 이하라고 해서 모두 국민주택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주택이냐 민영주택이냐는 건설 주체와 재원에 따라 구분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85㎡ 이하 민영주택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된 아파트들을 사례로 들어 ‘국민주택까지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됐다’고 호도한다. 한 예로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 84.9㎡의 경우 한강이 보이는 일부 동·호수의 올해 공시가격이 9억12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국민주택이 아닌 고가 중소형 민영주택일 뿐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찾아보면, 이 아파트는 지난해 13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주택 면적이 아니라 집값이다. 주택 면적이 작아도 집값이 비싸면 종부세 대상이 되고, 반대로 면적이 커도 싸면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시가 약 12억원)을 넘어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동주택은 21만9862채로 전체 공동주택(1338만9890채)의 1.6%에 불과하다. 대부분(98.4%)의 국민이 사는 주택은 종부세와 무관한 것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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