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과정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라이프2단지 아파트(전용면적 85㎡)에 살던 최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 비서관 시절인 2003년 부인 명의로 당시 재건축 움직임이 있던 서울 잠실 주공1단지 아파트(35㎡)를 2억5500만원에 샀다. 이 아파트는 예상대로 2년 뒤 재건축 승인이 났고 최 후보자 부인은 2009년 잠실 엘스로 재건축된 아파트(60㎡)를 취득했다.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3억원대다. 지난해 ‘9·13 대책’이 나오기 직전엔 15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전형적인 재건축 아파트 투기다. 최 후보자는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지난 16년 동안 이 아파트에 하루도 산 적이 없고 계속 전세를 놓았다.
잠실과 분당에 아파트를 2채 가지고 있던 최 후보자는 2016년 국토부 2차관 시절 세종시 반곡동 캐슬앤파밀리에디아트 펜트하우스(156㎡)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았다. 사실상 3주택자가 됐다. 공무원 특별공급은 세종시에서 계속 일할 공무원들에게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게 취지였는데, 머지않아 퇴직할 최 후보자가 분양받은 것이다. 그는 “퇴직 이후 거주할 목적으로 분양받았다”고 해명했다. 퇴직 뒤에 부부가 세종시에서 살려고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분양가가 6억8천만원인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2억원대로 프리미엄이 5억원 이상 붙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인 지난 2월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분당 아파트까지 합치면 최 후보자는 20년 동안 다주택 보유를 통해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아 오래전부터 여러번 팔려는 생각을 가졌으나 처분 기회를 놓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두해도 아니고 16년 동안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는 얘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집값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계속 보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은 “최근 부동산업계에 ‘국토부 장관처럼 투기하면 되나요?’라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만약 투기세력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도 투기를 했는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고 항변한다면 정부는 무슨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를 집값 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동안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했다. 정부 정책은 무엇보다 국민 신뢰가 중요한데, 앞으로 어떤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지 걱정이 앞선다.
전국 가구 중 무주택 가구 비율이 2017년 기준으로 44%에 이른다. 서울은 51%로 절반을 넘는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9·13 대책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언제든지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국민도 집 걱정이나 이사 걱정을 하지 않도록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시장 관리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무주택 서민들은 최 후보자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을지 모르겠다.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의 투기 의혹을 따져 물은 국토위 소속 의원들도 최 후보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재산 신고 자료를 보면, 국토위 전체 의원 30명 가운데 13명(43%)이 다주택 보유자다. 일반 국민의 다주택 가구 비율인 15%보다 훨씬 높다. 민주당은 13명 중 5명(38%), 자유한국당은 12명 중 7명(58%)이 다주택자이고, 나머지 한명은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민경욱, 박덕흠, 송언석, 이헌승 의원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강남과 과천에 아파트를 2채씩 보유하고 있다. 다주택 국토위 의원들이 다주택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질타하고 후보자는 다시 궁색한 변명을 되풀이한 것이다. 집값 안정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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