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복 ㅣ 교육학 박사(한국교육학술정보원)
최근 중고생 대상의 모의선거교육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찬성 쪽에는 2015년부터 만 18살 선거권이 도입된 일본의 모의선거교육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일본의 모의선거교육은 서울특별시교육청 등에서 검토 중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이 실제 정당 후보가 아닌 가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일본 총무성의 ‘주권자 교육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 고등학교(1516곳) 중 모의선거교육을 진행한 곳은 약 63.5%(962곳)로 그중 가상의 정당 후보를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는 68.9%(663곳), 과거의 실제 선거를 소재로 한 모의선거는 6.4%(62곳)를 차지한 반면, 실제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선거를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는 0.8%(8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실제 정당이 아닌 가상의 정당 후보를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배경에는 정치 중립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학교교육법 14조 2항(“학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정치성 교육과 기타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과 2015년 10월 발표한 문부과학성의 ‘주권자 교육에 대한 지침’(“수업과 수업 이외의 교육활동에서뿐만 아니라 방과 후와 휴일 중 고등학생의 학교 내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제한 및 금지한다”)이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학교의 정치 중립성 준수에 관한 법률 조항이 있으며 이를 규제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와 금지가 과연 선거를 몇달 앞둔 고등학생을 위한 모의선거교육에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9년 9월 문부과학성 주최 ‘주권자 교육 추진회의’에서 고다마 시게오 교수(도쿄대 정치교육 전공)는 현실성과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은 “소꿉장난” 같아 정치교육의 핵심인 쟁점과 논쟁을 끄집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러한 교육을 받은 고등학생의 졸업 후 선거 참여율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우리나라 모의선거교육 또한 학교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관점에만 집중하여 모의선거교육을 강하게 규제하거나 일본처럼 실제의 정당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선거교육의 대안이 될 수 없을뿐더러 향후 학생들의 정치 관심과 투표율 저하, 학생과 교사 양쪽 모두의 ‘정치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도 있을 것이다.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실제 정당 후보에 대한 모의선거를 시행하는 활동을 교육 안에 포함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 교과서에 기술된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관점을 가지도록 기반을 만들고 가상의 정당 후보나 기존의 선거를 대상으로 한 논쟁 수업, 그리고 실제 정당을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등으로 단계적이고 다양한 방법의 모의선거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선진국은 이미 모의선거교육을 포함한 주권자 교육이 교과수업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반영되며 그 교육적 의의도 인정받고 있다. 모의선거교육에 대한 논란은 마치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에 대해 인터넷 과의존 역기능을 의식해서 소극적이 되거나 찬반양론이 있는 점과 유사한 구조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 등 학생의 미래 역량 강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지나친 신중론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모의선거교육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등은 학생회와 청소년 단체 등을 통해 학생들이 평소에 정치문제에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실제 정치에 반영되기도 하는 ‘조기 정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속에서 모의선거교육이 교과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쪼록 일본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한 학생 중심의 일상적인 모의선거교육을 단계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