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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코로나’보다 무서운 집값?/ 김영배

등록 2020-02-27 16:55수정 2020-07-07 16:07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기준금리 최저 기록이 또 깨질 뻔했다.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인하 쪽으로 점친 이들이 꽤 있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소상공인, 자영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형편이라 그럴 만했다.

한은이 올해 성장 전망치를 애초 2.3%에서 2.1%로 낮추면서도 금리를 묶은 것은 외환 시장과 함께 집값 흐름을 아울러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 지난 시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택가격도 안정화됐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 사정을 봐선 금리를 내릴 법도 한데, 부동산 쪽으로 돈이 쏠릴 것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사정임을 떠올리게 한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부담과 애석함이 반사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핀셋’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 부동산 대책 뒤 이어진 시장 움직임에 한탄하면서도 ‘역량’ 부족으로 여겼지 ‘의지’ 박약이라 생각지는 않았는데, 차츰 그 ‘의도’마저 의심하게 됐다. ‘집값은 확실히 잡겠다’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공언과 달리 현상 유지 쪽을 염두에 뒀다는 혐의가 짙다. 거품을 빼는 대신 옮겨놓은 것에 불과했던 결과에 비춰 터무니없다고 할 수 있을까.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처방 뒤 규제를 덜 받는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숱한 정책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을 정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여기기 어렵다. 보유세 강화나 총체적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을 통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과다부채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기본 토대에 해당하는 대책을 제시해 뒷받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주택 문제를 단번에 풀 수 있는 만병통치약 따위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보유세만 강화하면, 공공임대주택만 늘리면, 자금줄만 차단하면 된다는 식의 단일 해법으로 풀 수 있을 만큼 국내 부동산 문제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탓만 할 일도 아니다. 경중과 완급을 조절한 정책들이 맞물리고서야 문제를 조금씩 줄여가는 정도일 것이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 못지않게 지금은 시장흐름의 급반전에 따른 가계 부실의 파장을 아울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주저주저했던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4.1% 늘어난 1600조1천억원이다. 처음으로 1600조원을 넘어섰다는 절대 숫자 이상으로, 버는 돈보다 빚이 더 빨리 늘고 있는 속도가 문제다. 주택 시장 과열로 가계의 빚 상환 위험이 커진 것은 코로나 사태 진정 뒤에도 없어지거나 작아지지 않을 질곡이고 멍에다. 집값이 하늘을 찌르든 지옥의 골짜기로 추락하든 각자의 투자 책임 한계에 머문다면 누가 뭐랄 것 없지만 현실은 다르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우리는 모두 얽혀 사는 존재로, 서로서로 좋게 또는 나쁘게 영향을 주고받는 그물망 속에 들어 있다. 빚을 매개로 금융 시스템에 얽힌 집 문제에서도 이는 피할 수 없다.

대내외 악재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쪽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유도해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절반가량 원리금분활상환 방식이라며 안심시킬 일이 아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3분의 1 정도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빼고는 대개 이자만 갚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16 대책 때, 금융회사 관리지표로만 쓰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개인에게도 도입, 적용하기로 한 것은 의미를 띠긴 하지만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다. 정부 대책이나 금융당국에서 곧바로 확대 시행하는 게 무리라면 가이드라인이라도 미리 제시해 금융회사, 개인들이 미리 점진적으로 위험을 관리해 적응하도록 이끄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선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이며, 나라 경제 전체로 넓히면 점진적인 집값 안정, 나아가 좀 더 생산적인 쪽으로 돈을 돌리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김영배 l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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