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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유행병과 유행을 타지 않는 연구

등록 2020-03-03 18:31수정 2020-03-04 02:09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사태는 대수롭지 않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병의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다시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년 동안 사스, 메르스의 위협을 겪으며 방역 체계는 발전해왔다지만, 정작 위태로운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에 관해 우리는 여전히 많이 알지 못하는 듯하다.

동물 숙주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어떻게 일으켜 인간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는지, 그 변이와 전파의 메커니즘은 어떠한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사스바이러스와 비슷하다지만, 작은 변이가 어떻게 감염 방식과 증상에서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치명률은 비교적 낮은 대신에 무증상과 경증 환자의 전파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특징은 방역 전선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 사스, 메르스를 겪었지만 마땅한 치료제는 당장 우리 손에 없다.

왜 지구촌 과학은 사스, 메르스를 겪고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할까? 감기 정도를 일으킬 뿐이던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1990년대까지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지 않아 연구물도 많이 축적되지 않았고, 그래서 전에 없던 신종 바이러스에 관해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은 것이라 짐작해볼 뿐이다. 하지만 사스의 첫 위협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문제가 지식 공백의 배경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의 건강 전문매체인 <스탯>(statnews.com)이 2002~2020년 세계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수의 추이를 살피며 이런 점을 지적했다. 관련 연구가 유행병 출현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계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룬 논문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대략 2만1천여편 발표됐다(‘웹 오브 사이언스’ 등재 기준). 미국과 중국이 40% 넘는 논문을 냈고 메르스 사태를 겪은 한국도 여섯번째로 많은 615편을 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는 사스 이전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시기별로 연구 지속성은 평탄치 않았다. 사스 직후에 늘어난 논문은 2004년 1007건으로 급증했지만 관심이 줄면서 2011년 594편으로 떨어졌다. 2012년 메르스 직후에 다시 늘어난 논문은 2016년 1057편으로 정점을 찍고 다시 줄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유행병이 끝나고 관심이 줄어들면 연구비 구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런 패턴의 배경이라 한다.

당장엔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발등의 불을 끈 뒤에도 다음번 위협에 대비하는 항시적인 연구체계는 절실하다. 공공 안전과 건강복지를 위한 연구가 유행을 타지 않으려면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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