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환 ㅣ 베이징 특파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규정한 1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명을 기록했다. 우한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52일 만에 처음이다.
‘1월16일 4명, 1월17일 17명, 1월18일 59명….’ 1월 초 ‘0’의 행진을 이어가던 확진자 규모가 하루아침에 늘기 시작했다. 우한과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도 확진 판정이 줄을 이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월20일부터 코로나19 상황을 전국 단위로 집계해 발표했다.
‘1월20일 77명, 1월21일 149명, 1월22일 571명….’ 하루 신규 확진자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중국 방역당국은 1월23일 전격적으로 ‘우한 봉쇄’ 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48일째인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을 방문했다. ‘상황 종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면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왕펑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부연구원은 12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의 글은 촘촘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마치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3월 들어 중국 관영매체에서 부쩍 자주 등장하는 논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서방 매체는 중국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전세계로 번져가는 지금 과연 어떤 나라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는지는 명확해졌다. … 중국에서 코로나19는 확산을 멈췄다. 완벽한 승리가 눈앞에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중국 이외 국가의 상황은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긴 터널의 끝에서 마침내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봉쇄 50일을 맞은 우한에선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임시 수용했던 ‘생활치료센터’가 모두 문을 닫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완치·퇴원을 앞둔 환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지원을 온 의료진과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축하할 일인데, 중국은 ‘축하’로 끝낼 심산이 아닌 듯싶다.
“우한 봉쇄에 앞서 서구 매체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금은 어떤가? 서방 국가의 무대응 속에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중국 당국이 단호한 방역조치를 취했을 때, 서방 매체들은 중국이 이른바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지금은 어떤가? 서방 국가들도 도시를 봉쇄하는 등 중국의 단호한 방역정책을 따라 하고 있다.”
이어 왕펑 부연구원은 “지난 두달여 서방의 말과 행동을 비교해보면, 어리석고 한심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이런 자기모순적인 이중 잣대는 그들의 부도덕성과 무책임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리하면 크게 세갈래다.
첫째,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중국 책임이 아니다. (어쩌면 외부에서 중국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 둘째, 중국이 먼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각국이 이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니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셋째,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 축적된 경험을 세계와 나누겠다. (우리의 어려움을 조롱했던 일부 세력은 예외다.) 이쯤 되면 “분하다, 두고 보자”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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