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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코로나 치료제 찾기 게임의 집단지성

등록 2020-03-17 18:26수정 2020-03-18 02:37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인터넷 시대의 과학문화 중 하나는 온라인을 이용한 시민 참여 과학활동이다.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접속한 누리꾼이 개인 컴퓨터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함께 과학 퍼즐을 푸는 일이 가능해졌다. 시민 참여 온라인 게임이 그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퍼즐을 풀고 점수를 따며 게임에 빠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천문학, 생화학, 양자역학 같은 난해한 문제의 해법과 단서가 나오기도 한다. 소수 연구자와 한정된 컴퓨터로 처리하기엔 너무 많거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시민 참여 과학 게임은 그저 과학의 재미를 한번 맛보자는 게 아니다. 진짜 문제를 푼다. 게임 성과가 좋으면 학술논문으로도 발표된다. 2011년엔 질환 연구와 약물 개발에 중요 단서가 되는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게임을 통해 연구한 결과가 <사이언스>에 실렸다. 원자 위치를 옮겨 에너지 상태를 조절하며 높은 점수를 따는 비디오 게임에 바탕을 둔 양자역학 논문이 2016년 <네이처>에 발표됐다. 시민 참여 게임이 만든 논문은 이 밖에도 꽤 있다.

시민 참여 과학게임의 플랫폼인 ‘폴드잇’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는 비디오 게임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개설된 초보자용 게임(fold.it/portal/node/2008951)엔 벌써 갖가지 이름의 게이머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다.

미션은 이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달라붙어 침투하지 못하도록, 달라붙기를 차단하는 단백질 조각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구조로 설계된다면 이 단백질은 항바이러스 약물이 될 수 있다. 게이머가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단백질 조각을 맞춤하게 설계하면 화면엔 높은 점수가 터진다. 잘못하면 감점이다.

가상 게임은 현실의 실험실과 이어져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소가 게임을 운영하면서 게이머들의 단백질 설계를 실험실 연구에 중요하게 참조한다.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 과학 게임의 장점이라고 한다.

퍼즐 문제도 현실에서 가져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게임 안에 끌어들였기에 게이머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셈이다. 20만명 넘게 이용하는 폴드잇 플랫폼에서, 현재 초보자용 게임에는 각지에서 접속한 게이머들이 단체전, 개인전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쉽지 않다. 하지만 생화학 기초지식과 아이디어, 집중력이 있다면 우뚝한 능력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게임 결과가 현실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과학자와 시민, 실험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시민 참여 플랫폼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여념이 없을 연구자들에게 우리도 함께한다는 메시지로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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