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환 ㅣ 베이징 특파원
“이 글이 제대로 전송이나 될지 모르겠다. … 이런 심각한 재난이 우한에서 벌어질 줄 몰랐다. 우한이 중국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도시가 봉쇄되고, 우한 사람이 모든 곳에서 배척당할 줄 몰랐다. 내가 도시에 갇힐 줄 몰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작가 팡팡(65)이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개인 블로그에 첫번째 글을 올린 것은 지난 1월25일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였고, 우한이 봉쇄된 지 사흘째였다. 이후 지난 3월24일 후베이성 당국이 봉쇄 해제(4월8일)를 예고할 때까지, 그는 6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렸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최전선의 기록, 사람들은 ‘야전일기’라고 했다. 그는 3월31일 <차이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일에 가까운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친 것에 가장 분노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명백한 인재다. … 가장 감동적인 것은 두려움을 모르던 의료진, 이 모든 것을 견뎌낸 우한 시민들, 그리고 (코로나19를 맨 먼저 경고했고, 환자 진료 중 감염돼 끝내 목숨을 잃은) 의사 리원량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우한 시민들의 깊은 애정이다.”
1955년 장쑤성 난징에서 태어난 팡팡(본명 왕팡)은 3살 때부터 우한으로 옮겨와 성장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우한운송공사에서 하역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문화대혁명의 끝자락이었고, 이 무렵부터 그는 시를 습작하기 시작했다. 혼란의 시대가 저문 1978년에야 팡팡은 우한대 중문과에 입학해 창작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1982년 대학 졸업과 함께 <후베이방송> 소속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두번째 소설인 <풍경>이 1987~88년 전국우수중편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7년 9월 후베이성작가협회 주석에 선출됐고, 2010년엔 중국작가협회가 주는 권위 있는 루쉰문학상 중편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 8일 0시, 우한 봉쇄가 풀렸다. 76일, 1814시간이 흐른 뒤다. 이날 미국 출판사 하퍼콜린스가 팡팡의 연재물을 묶어 오는 6월 말 <우한일기>란 제목으로 출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내부에서 예기치 않은 반응이 터져나왔다.
“팡팡의 일기가 빨리도 출간된다. 많은 중국인들이 불편한 심정인데,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8일 저녁 누리집에 올린 칼럼에 이렇게 썼다. 그는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 팔로어가 2200여만명에 이르는 ‘유명 논객’이다. 비슷한 비난이 인터넷을 달궜다.
후 총편집인은 “팡팡은 일기를 우한이 봉쇄됐을 때 썼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지 않았다. 요즘 중국인들은 우한보다 훨씬 심각한 유럽과 미국의 인도적 참극을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중국을 공격하고 있는 지금, 팡팡의 일기가 미국에서 출간되는 건 좋지 않다. 그의 일기는 중국의 내부적 사건에 관한 기록이다. 그의 일기가 나중에 미국과 서방에서 널리 읽힌다면, 단순 문학 교류 차원을 넘어 국제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은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싶다. 제일 먼저 고통을 당했다는 열패감과 제일 먼저 이겨냈다는 자부심이다. 그 양가감정으로 중국은 지금 유럽과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팡팡은 연재의 마지막을 <성서> 디모데후서 4장7절에서 따왔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중국도 팡팡처럼 느낄 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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