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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쏟아지는 코로나 논문을 바라보는 눈

등록 2020-04-28 17:52수정 2020-04-29 13:43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사태로 과학 논문 출판의 풍경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적인 유료 학술지에 도전하는 온라인 공개 논문 출판의 확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코로나19 사태 중에 확연히 더 커졌다. 빠른 발표와 공개가 방역 대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분석 논문이 처음 공개된 곳도 온라인 논문저장소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org)였다. 이런 논문저장소에서는 학술지 게재 심사를 받지 않은 ‘출판 전 논문’을 논문 저자가 직접 올릴 수 있게 한다. 생물학과 의학 분야의 ‘바이오 아카이브’와 ‘메드 아카이브’(medRxiv.org)가 요즘 코로나 논문이 몰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저자가 자기 논문을 바로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에서는 바이러스 규명, 감염병 증상과 전파 특성, 방역과 임상 정보에 관한 논문들이 출판 시간을 단축해 속속 발표된다. 화제가 되는 방식도 다르다. 학술지 발행을 통하지 않고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사회연결망을 통해 퍼진다. 이어 언론에도 보도된다. 이런 논문 공개 방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안정적인 양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미국의 몇몇 과학언론인이 논문 발표 때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오류나 부정으로 취소되는 철회 논문에는 소홀한 보도 관행을 반성하면서 철회 논문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 <리트랙션 워치>를 2010년 창간해, 지금도 주목받고 있다. 블로그에서 시작한 매체 창간의 주역 아이번 오랜스키가 잡지 <와이어드>에 최근 쓴 글에서 사전 심사 없이 발표되는 코로나 논문을 인용할 때 주의를 기울이자고 경보음을 울렸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요즘 코로나 논문의 공통점은 “몹시 서둘러 작성되고 발표된다는 점”이고, 그래서 전문가 심사와 편집을 거쳐 출판되는 논문들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발표되는 논문이 더러 중요한 정책의 근거로 잘못 활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미국 행정부에서는 검진 확대에 나서지 않는 이유의 근거로 진단키트의 부정확성을 규명한 온라인 논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그 논문은 철회돼 사라졌다. 잘못된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었던 셈이다.

요즘 같은 때 코로나 논문의 신속한 공개는 때로 불가피하고 필요하다. 정식 출판의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논문이 많아지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오류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사후 검증은 더욱 중요하다. 언론 보도와 정책 결정에서도 쏟아지는 논문들의 옥석을 바로 가릴 수 없지만 적어도 거기에 옥석이 있음을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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