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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트럼프와 코로나가 만난 결과

등록 2020-04-30 20:29수정 2020-05-01 14:16

황준범 ㅣ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매체를 “레임스트림 미디어(Lamestream Media)”라고 부른다. ‘메인스트림’(주류)이라는 말 대신, 시대에 뒤처진 매체라는 경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그가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시엔엔>(CNN), <엔비시>(NBC)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트럼프는 취임 뒤 ‘메인스트림 미디어’라는 표현을 썼지만 ‘러시아 스캔들’ 등 갖은 비판에 시달리다 지난해 7월부터 ‘레임스트림 미디어’라는 말로 바꿨다. 그가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할수록 언론에 불만이 많다는 뜻이고, 그만큼 그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트위터에 이 표현을 쓴 것은 최근까지 47차례인데, 올해 3~4월에만 절반인 23차례 등장한다. 정확히 미국의 코로나19 사태 악화와 트럼프 책임론이 맞물린 시기와 일치한다.

트럼프가 레임스트림 미디어라는 말을 쓸 때는 <폭스뉴스> 같은 우호 매체와의 대비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조금 달라졌다. 그는 객관적 앵커로 꼽히는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에게 불만을 표하는 한편, 최근에는 노골적 친트럼프 성향의 <원 아메리카 뉴스>(OAN)를 띄우고 있다. 이 매체 기자는 3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게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데 브리핑을 생중계할지 논쟁하는 방송사들이 있다”고 물었고, 트럼프는 “좋은 질문이다. 매우 고맙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적’이라는 이 매체의 보도를 리트윗하거나, 브리핑 때 “오에이엔”을 부르며 질문권을 준다. 미 언론은 이를 “폭스뉴스 분발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트럼프는 또 자신을 지지하는 흑인 자매 블로거인 ‘다이아몬드 앤 실크’를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응원하기도 한다. 사방에서 비판받고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우군’이 그립고 반가울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와 지지 매체·세력의 ‘이심전심’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와 트럼프의 위기는 한동안 표면 아래에 머물던 ‘대안 우파’라는 극우 보수 세력을 불러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셧다운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을 때 트럼프는 이를 부추기듯 미네소타·미시간·버지니아주를 향해 “해방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트럼프는 이들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두둔했다. 백인 우월주의와 반이민, 총기소유 옹호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안 우파는 2017년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유혈사태 이후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들에게 틈을 열어주는 모습이다. 기술기업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인 기술투명성프로젝트(TTP)는 페이스북에서 ‘내전’을 도모하는 극우 극단주의자들 그룹 125개를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중 60%가 코로나19가 덮친 최근 3개월 사이에 만들어졌고, 지난 한달 사이에만 회원이 수천명 늘었다고 한다. 이들은 트럼프의 “해방하라” 발언에 영감을 얻었으며, 폭탄 제조법 등을 논의한다고 이 기구는 밝혔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초기에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미국인 일자리가 먼저”라며 이민을 임시중단했다. 이같은 행동은 아시안 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조장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그 측면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에 자신의 핵심 기조인 ‘아메리카 퍼스트’를 버무리는 사이, 더 증폭된 분열과 혐오가 미국의 뉴노멀로 굳어질까 걱정된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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