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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코로나 대응에 등수를 매길 수 있을까 / 조기원

등록 2020-05-21 20:05수정 2020-05-21 20:07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도쿄와 오사카를 포함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7곳을 대상으로 처음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 한동안 도쿄의 모습에는 활기가 없었다. “정부의 자숙(자제) 요청으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써 붙이고 셔터를 내린 음식점이 즐비했다. 밤 시간대가 주요 영업시간인 이자카야(술집)들은 이전에는 하지 않던 도시락 판매 정도만 점심시간에 하면서, 밤에는 문을 닫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16일 긴급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한 뒤부터는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감염 의심 환자가 병원에 제때 입원하지 못해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최근 숨을 거둔 28살 스모 선수가 감염 의심 증상이 있었는데도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나흘 동안 숙소에서 머물러야 했던 때도 지난달 초였다.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시장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방호복이 부족해) 의료진이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치료하는 상황”이라며 “비옷 재고품이 있거나 집에 사용하지 않은 비옷이 있으면 사들일 것이니 꼭 연락을 달라”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도쿄에서도 밤 9시 이후 영업하는 이자카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도쿄도가 이자카야 술 판매는 저녁 7시까지, 그리고 영업 자체는 저녁 8시까지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강제는 아니다. 한동안 씨가 말랐던 마스크도 다시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마스크와는 별로 상관이 없었던 커피숍 같은 곳에서 엉뚱하게 마스크 판매를 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약국에서도 파는 곳이 늘었다. 일본은 조금씩 일상 회복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풍경이다. 일본 지자체들이 발표하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는 지난달 11일 720명까지 솟구쳤으나 20일에는 39명까지 줄었다. 지난 14일에는 전국 47개 광역지자체 중 39곳에서 긴급사태가 해제됐고, 21일에는 간사이권(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긴급사태가 해제됐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과 홋카이도만이 긴급사태가 유지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훌륭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다. 지난 14일 39곳 긴급사태 해제 때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일본)는 인구당 감염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G7(주요 7개국)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적은 수로 억제하는 게 가능했다. 이는 숫자상 명백하게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사회적인 “자숙” 협조 요청에 일본 시민들이 사회적·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협조한 것은 사실이며, 이 때문에 감염이 어느 정도 억제된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정부가 이런 성과를 강조하고 싶은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비교해가면서 큰 성과를 냈다고 강조하려는 듯한 모습에는 다소 위화감을 느낀다. 일본의 대응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식의 일본 언론 보도도 눈에 띈다.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보인다. 고통을 감내한 국민을 위해 어느 정도 자신감 부여는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모든 국가를 일률적으로 줄 세워 비교하는 것이 애당초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고, 모든 나라가 동일한 환경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관련해서 만났던 일본 전문가들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협조와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기원 ㅣ 도쿄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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