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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스마트 방역과 프라이버시의 긴장

등록 2020-06-09 17:20수정 2020-06-10 02:37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양성 판정이 나오면 역학조사관은 개인정보를 종합해 감염자 동선을 추적하느라 분투한다. 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을 빠르게 찾아 검진을 시행하고 자가격리 조처를 내린다. 추적과 검진, 격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어느덧 익숙해진 방역의 일상이다. 투명성과 신속성은 방역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접촉추적을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접촉추적을 더 빠르게 하자는 구상이다. 영국 조사기업의 집계를 보면 접촉추적 앱은 현재 28개 나라에서 47종이 사용되며, 위키백과를 보면 40개 가까운 나라에서 갖가지 코로나19 앱이 개발되거나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건 새로운 방식의 접촉추적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블루투스 무선통신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근거리에 있는 스마트폰들끼리 블루투스 통신을 하도록 해 ‘근접기록’을 암호화해 저장해둔다. 근접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감염자와 근거리에 있었다는 정보를 빠르게 알려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스마트 접촉추적은 방역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와 더불어 광범위한 감시기술이 일상화로 이어져 프라이버시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낳는다. 방역과 프라이버시 사이에 균형점은 어디쯤 있을까? 기술 설계에 균형을 어떻게 구현할까? 우리는 어떤 기술과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감염병 시대에 더 깊고 길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발 빠르게 최근 <네이처>에는 접촉추적 기술의 윤리 가이드라인이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디지털 접촉추적이 꼭 필요한지 되묻고, 긴급성 정도에 비례하는 기술인지, 실질 효과는 있는지, 기술 사용의 종료 시점이 분명한지를 따져보는 4대 원칙을 제안했다. 긴급해도 ‘뭐라도 해보자’는 식으로는 신뢰를 해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기술표준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뤄진다. 흔히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명정보나 암호기술이 사용된다. 이에 더해 분산형 기술을 채택하자는 연구개발그룹의 제안도 힘을 얻고 있다. ‘탈중앙화 프라이버시 보호 근접추적 기술’(DP-3T)은 그중 하나다. 중앙형이 중앙 서버에 정보를 집중시켜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분산형은 사용자가 자기 스마트폰에서 근접 정보를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방식이다. 중앙형과 분산형의 장단점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방역과 프라이버시 사이에는 긴장이 필요하다. 긴장이 있어야 균형을 찾는 시도가 많아질 테고, 그러면서 전에 연구개발을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방식에서 균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시대에 무뎌지는 프라이버시 감수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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