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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보이지 않는 해저 미세플라스틱 지대

등록 2020-06-23 17:40수정 2020-06-24 13:57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플라스틱 쓰레기의 행방과 관련해 계속되는 물음이 있다. 지상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체 얼마나 될까? 2015년에야 바다에 흘러드는 플라스틱의 양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추정한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미국 조지아대 등 연구진은 해안을 둔 192개 나라의 데이터를 종합해, 2010년 한 해 동안 바다로 간 플라스틱이 480만 내지 1270만톤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유엔 주최 국제해양회의에선 해마다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이 800만톤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물음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계속 늘어나고 쌓이는 그 많은 플라스틱은 바다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미국 선장 찰스 무어가 태평양 한복판에 떠 있는 거대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를 세상에 알려 시각적 충격을 주었지만, 사실 보이는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로 간 플라스틱 총량의 1%에 불과하다고들 한다. 보이지 않는 99%는 바닷속을 떠다니거나 종착지인 해저 바닥에 가라앉는다.

바다에 가라앉은 플라스틱들이 고농도의 플라스틱 지대를 만들고 있는 해저 현장을 최근 영국 맨체스터대 등 연구진이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서쪽 지중해 해역인 티레니아해에서 미세플라스틱 분포를 조사하고 분석해 결과를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육지에 가까운 바다 바닥에서는 한 수저 부피의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41개가량 나왔고 먼바다 쪽으로 갈수록 줄었지만, 깊은 바다 어느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미세플라스틱은 무려 190개나 수거됐다고 한다. 5㎝ 두께, 1㎡ 면적의 모래와 흙 속에 1㎜ 미만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무려 190만개나 섞여 있다는 것이다.

고농도 미세플라스틱 지대가 발견된 곳은 해저 바닥에 빠르게 흐르는 해류의 속도가 느려지는 지점 주변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양 해류의 영향으로 한곳에 모이듯이, 깊은 바다 바닥에서도 해류가 미세플라스틱을 특정 지점에 실어나르고 쌓이게 한다.

문제는 깊은 바다 생태계가 뜻하지 않게 미세플라스틱의 몸살을 앓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해저 바닥 해류가 바다 생물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구실도 하기에, 고농도 미세플라스틱 지대는 생물다양성 지대와 겹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전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1%의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충격을 받고 쉽게 눈살을 찌푸린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머지 더 많은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보이지 않을 뿐 고스란히 최종 종착지인 해저 바닥에 이르러 심해 생태계에도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되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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