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 ㅣ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질 줄 모르는 가운데 최근 두 나라에서 선거가 있었다. 6월28일 프랑스에서는 지방선거 2차 투표가 실시됐고, 지난 일요일(7월5일)에는 일본에서 우리의 서울특별시장 격인 도쿄도지사 선거를 치렀다.
둘 다 대유행 중에 실시됐다. 따라서 그 결과는 각 나라의 대중이 이 재난의 교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준다 할 수 있다. 한데 선거 결과가 사뭇 달랐다. 정반대라고까지 할 수 있다.
우선 프랑스에서는 녹색 돌풍이 일었다. ‘유럽 생태주의-녹색당’(이하 녹색당)이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같은 주요 도시에서 시장을 당선시켰다. 파리에서는 녹색당이 지지한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사회당 등과 좌파연합을 결성한 녹색당은 프랑스 지도를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녹색당 시장 후보들의 공약은 생태위기 시대에 삶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짜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차로를 줄이는 대신 자전거도로를 늘리고,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며, 대중교통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 자투리땅에 숲을 조성해 기후 재난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한 학교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의무 사용하게 해 도시와 인근 농촌이 상생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의 현 지사 고이케 유리코에게 호헌파 연합후보 우쓰노미야 겐지와 신생정당 ‘레이와 신센구미’ 대표 야마모토 다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유민주당 소속이 아님에도 자민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고이케 지사가 도쿄올림픽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고 공약한 데 반해 야권 후보들은 올림픽 대신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자고 호소했다.
입헌민주당, 사회민주당, 공산당이 함께 지지한 우쓰노미야 후보나 일본판 좌파 포퓰리스트 야마모토 후보의 공약은 프랑스에서 녹색당이 제시한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정규직은 줄이고 정규직은 늘리겠다고 했고, 학교 급식을 무상화하며 점차 대학 교육까지 무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겠다고 했으며, 핵발전소 폐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도쿄 유권자들의 선택은 프랑스와 달랐다. 고이케 지사가 59.7%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재선됐고, 우쓰노미야와 야마모토는 각각 10% 조금 넘는 득표에 그쳤다.
프랑스 민심의 선택을 ‘전환’이라 한다면, 도쿄의 표심은 ‘안정’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내린 결정인데, 왜 이렇게 상반될까?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대유행 직전까지 프랑스가 노란 조끼 운동으로 떠들썩했던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거대한 대중투쟁의 여파 속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바라본 결과가 녹색 전환의 선택이었다면, 그렇지 않았던 사회는 올림픽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물론 대유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따라서 두 나라 선거 결과 중 어느 쪽이 더 지혜로운 선택인지 판정하기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쿄의 선택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을 바란 민심은 정말 ‘안정’을 얻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시대에 올림픽을 성공시키겠다는 것만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목표가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이제 막 진입한 새 시대는 거대한 역설의 시대일지 모른다. 인간이 발 딛고 있는 지구 생태계 자체가 요동치는 이 시대에는 오직 전환을 통해서만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기존 상태를 고집하며 안정을 꿈꾸면 도리어 더욱 불안정에 빠지고 만다. 프랑스 지방선거 결과는 이 전환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보여주었고, 우리는 일찍이 <녹색평론>을 통해 이를 깨닫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김종철 선생의 명복을 빈다.